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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가족은 힘이 세다,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입력 2022-09-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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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이런 가족이 있다. 아빠는 자신이 쓴 책이 출판만 되면 엄청난 성공을 거둘 거라 장담하지만 번번이 계약에 실패하여 통장 잔고는 점점 비어간다. 엄마는 바깥일만 하기에도 지쳐 제대로 된 식사 한번 차리기 힘든 처지다. 할아버지는 양로원에서 마약을 하다 쫓겨났지만, 여전히 마약을 과용하고 있다. 삼촌은 자칭 최고의 학자라고 뻥을 치지만 사실은 게이 애인에게 차여 자살을 시도하다가 누나 집 신세를 진다. 오빠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묵언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지필로만 대화를 나눈다. 딸은 미인대회에 나가기 위해 밤마다 장기 자랑을 연습하며 무대에 오를 꿈을 꾸고 있지만, 배가 나온 데다 안경까지 쓰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콩가루 집안이다. 그러나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의 가족 행로를 인내심을 갖고 따라가다 보면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반겨준다.

영화는 후버네 가족이 막내딸 올리브(아비게일 브레슬린)의 어린이 미인대회 참가를 위해 집을 떠나는 로드 무비다. 뉴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 라돈도 비치까지 1박 2일의 여정은 이들의 특이한 개성만큼이나 좌충우돌의 사건 사고로 점철된다. 물론 절대 함께 떠날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고물 버스에 오르게 된 것.

가족의 여행기는 그야말로 목불인견,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미니버스는 빈번하게 고장을 일으켜 여정을 방해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가족들이 기대하던 희망들이 하나씩 어긋나기 시작한 것. 아빠는 자신의 ‘단계별 성공학’ 론칭 계획이 결국엔 무산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삼촌은 휴게소에서 할아버지가 부탁한 포르노 잡지를 사다가 자신을 버린 (남자) 애인과 민망하게 만난다. 오빠 드웨인은 우연히 색맹임이 드러나 목표로 삼았던 공군사관학교에 갈 수 없게 되어 절망한다. 후버 가족은 각자가 인생 최악의 상태를 맞게 되지만 목적지인 캘리포니아행을 포기하지 않는다.

후버 가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네 가족들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제각각의 고민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고 문제가 생기면 진저리 나게 싫긴 하지만 또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디영화제인 선댄스에서 참신한 감각을 살린 영화로 호평받은 만큼 유쾌한 반란을 마지막에 보여준다. 가족은 뭉치면 힘이 세지나 보다.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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