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배달 앱에 남긴 리뷰, 업체 사장이 지우라고 막말을…

입력 2022-09-17 11: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출한 저녁,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돈가스를 주문했습니다. 도착해서 열어보니 튀김이 눅눅하고 가격과 비교하면 음식량이 적어 제가 느낀 점을 앱 리뷰로 남겼습니다. 문제는 업체 사장이 제 리뷰에 댓글을 달면서 시작됐습니다. 댓글에 저를 이상한 사람처럼 묘사하고 욕하는가 하면 리뷰를 지우지 않을 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배달 앱 리뷰를 둘러싼 골치 아픈 일, 김민건 법무법인 우면 변호사와 법적으로 따져봤습니다.

Q. 주문한 음식이 별로라 리뷰도 음식이 맛이 없다고 썼습니다. 업체 사장이 댓글로 저에게 욕을 하는데 처벌할 수 있나요?

A. 형법에서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모욕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다만 배달 앱 리뷰는 이름이 표시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계정 일부가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은 사장이 누구한테 욕설한 것인지 알 수가 없겠죠? 따라서 배달 앱에서는 사장이 욕설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가 특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어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Q.업체 사장이 리뷰를 삭제하라고 압박합니다. 삭제 안 하면 고소하겠다고 하는데…맛 평가 리뷰로 고소당할 수 있나요?

A. 반대로 가게는 이 식당이 어디인지 사람들이 모두 알 수 있으므로 특정이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라고 볼 수 있거나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307조).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Q. 리뷰를 지울 테니 환불을 해달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습니다. 음식 환불 기준이 있나요?

A.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게 되면 식당에서는 음식을 제공할 의무가 있고, 고객은 계산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거나, 주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식당이 채무 이행을 하지 않은 것이라서 고객은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따라서 환불을 요구할 수 있죠. 다만, 단순히 맛이 없었다는 사유만으로는 식당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Q.좋은 리뷰만 관리하는 업체 사장, 법적으로 문제없나요?

A. 의도적으로 업체를 고용해 허위 리뷰를 작성하게 하는 행위는 업무방해 등에 해당할 수 있고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쁜 리뷰는 지우고 좋은 리뷰를 남겨두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보이는데요. 그 정도가 아주 심해서 나쁜 리뷰를 삭제하고 좋은 리뷰를 관리하는 행위가 소비자에 대한 기만적 방법이라고 인정되면 전자상거래법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Q. 솔직한 리뷰를 남기고 싶습니다. 법 테두리 내에서 리뷰를 작성하는 팁이 있을까요?

A. 우리나라는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가 훼손되면 명예훼손죄로 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물론 진실을 기재하고 비방의 목적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면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고소가 이루어지면 경찰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아야 해 상당히 번거롭죠.

한 가지 팁을 드리면 어떠한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나의 ‘주관적 평가’를 기재할 경우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치킨이 눅눅하고 식어있다’고 말한다면 ‘사실’을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치킨이 맛이 없다. 나는 두 번 다시 시키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하게 되면 이건 내 감상을 얘기한 것에 불과해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는 것이고,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