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연관 없는 한화리조트 연수원과 육종 연구시설 부지 390억원에 매입
한화석화는 지난 2008년 5월 한화리조트가 보유한 경기도 가평군 일대의 임야 51만㎡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입금액은 평당 15만여원선으로 397여억원이다.
한화석화는 부지 매입 이유에 대해 연구 및 교육시설 확보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화리조트가 매입 부지에 건설한 한화인재경영원과 연구시설이 필요했다는 설영이다. 한화리조트는 부지 매각이유에 대해 재무구조를 개선을 위해 자산 매각이 필요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화인재경영원이 들어선 부지 이외의 땅까지 매입하면서 계열사 현금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한화석화가 불필요한 땅까지 매입했다는 점이다.
한화인재경영원 부지 등을 제외한 34만여㎡는 단순한 임야지대로 한화석화의 사업 분야를 고려하면 매입 필요성이 없는 땅이다.
또 한화인재경영원은 경영전략지원과 인재 양성을 위한 연수원이며, 그나마 들어선 연구시설도 한화석화 사업분야와 거리가 있는 육종 분야다.
가평군이 공고한 도시계획 공시에 따르면 한화인재경영원의 부지는 17만여㎡로 육종연구 및 약용식물 표목장 등의 연구시설과 운동시설, 녹지 등의 부대시설이 들어서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계열사인 한화리조트에게 현금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현금흐름면에서 여유가 있는 한화석화가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기 불황기을 맞아 경쟁 유화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한화석화가 현금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도 필요성에 의문이 가는 계열사 부지와 시설을 무리하게 매입했다는 지적이다.
한화석화는 지난해 3조원의 매출액과 4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업계에서 고무적인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부채총액은 전년보다 3900여억원이나 늘어난 상황이다.
반면 한화리조트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3%가 감소했지만 영업외수익은 500%이상 늘어나면서 전년도와 비슷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한화석화가 여유 자금으로 계열사의 부지 매입 대신 부채상환 등으로 자사의 재무구조를 좋게 만들 수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화석화가)상장기업이라면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업 분야와 거리가 있는 부지 매입보다는 현금흐름을 좋게 하는 것이 주가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화석화의 계열사 지원에 대한 의혹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2004년 한화석화는 계열사의 신규사업 추진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지분 매입 등은 현금흐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을 증권업계로부터 받았다.
한화석화는 당시 한화유통으로부터 한국종합에너지 주식 630만주를 694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또 ㈜한화로부터 한국종합에너지 900만주를 980여억원에 매입했다. 이를 위해 한화석화는 전년도에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부동산 매입과 매각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공시가 이뤄졌고 회사 차원에서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시를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