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수록 커지는 이준석…TK잡고 영남맹주 노린다

입력 2022-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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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 고여정 기자 = 4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대구 시민들을 만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9.04 ruding@newsis.com

여권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장기간 대구ㆍ경북(TK)에 머물며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법원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잘못됐다는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은 후 경북 칠곡에 머물며 책을 쓰고 있다. "오랜 세월 집안이 터전 잡고 살아왔던 지역"이라며 증조할아버지 묘소를 찾고, 갓을 쓰고 제사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뿌리가 TK에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4일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결정을 무시한 당헌 개정(새 비대위 출범)은 반헌법적”이라며 “국민의힘이 탄핵 때보다 위험하다. 대구 시민들은 다시 한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SNS에 공개한 회견문 내용도 의미심장했다. 이 전 대표는 “대구 시민은 항상 보수정당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지만 정당이 바르게 가고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지 이 버팀목을 믿고 무리수를 두고 그것에 동조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의 판단마저 무시하려 드는 상황에서 그 앞줄에 선 대구 의원이 있다면 준엄하게 꾸짖어달라”며 “고쳐쓰지 못한다면 바꿔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그들에게 심어달라”고 호소했다. TK가 앞장서 ‘이준석 내쫓기’를 저지하고 지역 정치인들을 교체해 달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는 국민의힘 당원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TK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당권이나 대선 주자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거에서도 단순히 지역출신 정치인에게 몰표를 주기 보다는 보수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지역이다. 부친은 충청 출신이지만 사실상 서울 토박이인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TK지역의 절대적 지지 덕분이라는 점은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다만 TK지역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지역을 대표하는 큰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홍준표 대구 시장이 있지만 확실한 지역 맹주로 불리기에는 2%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사실상 무주공산인 TK지역을 '접수'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에게 박해 받는 'TK의 아들'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지역 민심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TK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PK를 함께 아우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PK는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노무현ㆍ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잇달아 배출했지만 TK와 마찬가지로 현재는 뚜렷한 거물 정치인이 부재한 상황이다. 정치적으로는 TK와 이신전심처럼 동행하는 경향도 강하다. 특히 장제원 의원 등 상당수 '윤핵관'이 PK출신임에도 이들에 대한 반감이 큰 지역이어서 이 전 대표에게는 지역민심 공략의 길이 열려있다고 해도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영남지역에 머물며 윤핵관과의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권력과 대립할 수록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몸집이 커져가는 현상이 확인되면서 '영남의 젊은 맹주'로 자리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의 영남공략을 반드시 저지해야하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에 '본진'에 해당하는 영남마저 잃으면 사실상 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여권과 이 전대표간 영남 민심 쟁탈전이 예고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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