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도어스테핑 자부심…‘윤며든’ 대통령 발언

입력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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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하고 싶어 했던 말은 단연 도어스테핑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와 만나 전한 후일담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을 지속할지 묻는 질문에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여당 내부에서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도어스테핑을 지목하는 상황도 언급하며 그럼에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휴가 중에 저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이 많이 계셨지만, 이건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국민들께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을 받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에 미흡해도 국민들이 이해하고 개선돼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대통령 문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 애착을 갖는 이유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확연한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어서다. 매일 같이 나오는 직설적인 발언은 역대 대통령들의 언어와는 사뭇 다른 윤 대통령만의 언어로, 시쳇말로 ‘윤며들었다’고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1일 첫 도어스테핑에서 “별다른 할 말은 없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임기를 시작해 낯선 심정을 드러냈다. 곤란한 질문에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6월 8일에는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도배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고, 김건희 여사의 광폭행보에 대한 질문에는 6월 13일에 “뭐 그리 어렵게 해석하나”라고 따진 데 이어 15일에는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다 보니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 국민 여론을 들으며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정책에 대해선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1일 고금리·고물가 상황에 “고물가 잡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고 토로했고, 7월 26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의 집단반발에 “정부 조직 개편에 집단반발 하는 건 국가 기강 문란”이라고 맹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 문답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런 윤 대통령이 언급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갈수록 희석돼가고 있다. 도어스테핑 발언들이 잇달아 논란을 일으켜서다. 빈도는 줄고, 발언은 정제됐으며, 질문을 취사선택했다.

외부 일정이 많아지면서, 특히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규정한 문자메시지가 알려져 일주일 내내 도어스테핑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합류한 후에는 김 수석 브리핑과 흡사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수석은 지난달 28일 대통령실 개편에 대해 “국민에 헌신하고 봉사할 역량을 갖춘 사람들로 유지돼야 한다”고 했고,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개편 질문에 “대통령실은 국민에 가장 헌신적이고 유능한 집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에 “근본적 대책 없다”고 했던 윤 대통령의 발언 기조도 바뀌어 지난 2일에는 지난달 3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수출 경쟁력 제고 방안을 거듭 언급하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를 믿고 불안해하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수석 합류 전 대통령실 관계자가 “윤 대통령 발언을 정제시키려 노력하지만 당신 성격상 잘 되지 않아 고민”이라고 토로했던 점으로 미루어 김 수석이 대통령 발언 정제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최근에는 질문을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태풍 힌남노 대응 상황을 설명한 뒤 더불어민주당이 김 여사를 고발한 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은 그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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