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담에 ‘스팸 선물’ 팔고 음식 줄이고…허리띠 졸라매는 명절

입력 2022-09-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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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0명 중 7명 “올해 추석 음식 간소화”
번개장터, 선물세트 거래액 전월 대비 22배↑
한은 “5∼6%대 높은 물가 오름세 이어질 것”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으나 8월 먹거리 물가는 상승하면서 13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상승했다. 이는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로 2020년 가중치를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8월 먹거리 물가 지수는 113.57 기록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옛 조상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길’ 바랬지만, 올해 추석은 경기 불황으로 허리가 휘는 한가위였다. 물가 부담에 추석 음식을 줄이고, 선물 세트를 내다 파는 등 곳곳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 관찰됐다.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1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은 명절 음식을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간소화해서 준비할 것”이라는 응답이 54.2%, “아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17.4%로 각각 조사됐다.

추석 음식을 줄이거나 아예 준비하지 않는 이유는 단연 ‘고물가’였다. 추석 음식을 간소화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의 이유로 최근 치솟고 있는 물가에 대한 부담이 포함됐는지 물어봤다. 그 결과, 85.8%가 ‘그렇다’고 답했다.

올해 추석 선물(용돈 포함)이 부담된다는 응답도 80.4%에 달했다. 추석 선물이 경제적으로 부담되는지 물음에는 “매우 더 부담”이라는 응답이 29.8%, “약간 더 부담”이라는 응답이 50.6%에 달했다. 반면 “보통일 것”이라는 응답은 18.6%, “약간 덜 부담”이라는 응답은 0.8%, “아예 부담 안 됨”이라는 응답은 0.2%에 불과했다.

고물가 부담 속에 중고 플랫폼에 이른바 ‘스팸’ 등 선물 세트를 내다 파는 사람들도 늘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2022년 추석 연휴 직전 이틀(9월 5일~6일) 동안 거래된 선물세트 거래 건수가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약 22배 증가했다. 명절 대표 선물 ‘스팸’의 거래액은 12배 늘었고, 한복 거래 건수도 254% 증가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최근 3년간(2019년~2021년) 번개장터를 통한 ‘선물세트’ 거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지난해 추석 전후 2주간 선물세트 거래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월 동기 대비 228% 성장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에서도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검색어 순위에 ‘선물 세트’가 3위에, 선물로 부담 없이 주고받는 ‘스팸’은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중고 나라는 아예 올해 추석 플랫폼 이용자 거래 바탕으로 '스팸' 시세를 공개하고 선착순 1000명의 상품을 직접 매입하기도 했다.

문제는 추석 연휴가 지나도 물가 상승 여파가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지난 7일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물가연구팀·전망모형팀이 발표한 ‘고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는 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주요국 물가상승률이 올해 하반기 중 정점을 기록한 뒤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원자재 가격 반등 등으로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5∼6%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기대인플레이션도 4%대의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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