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 대표산업] ‘혹한기’ 찾아온 K 반도체…삼성ㆍSK하이닉스 돌파구는?

입력 2022-09-0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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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반도체 산업, 10년 내 가장 심각한 위기”
성장률ㆍ가격 하향 조정에 반도체 시황 ‘안갯속’
메모리반도체 직격탄에 삼성ㆍSK하이닉스 위기론
고부가 제품ㆍ원가 절감과 신중한 투자 전략 대응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사이에서도 반도체 시장의 위기론이 떠오르고 있다.

내년까지도 반도체 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 확보와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고부가 제품, 기술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혹한기’를 돌파하고 투자 신중론을 바탕으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증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금리 인상, 러시아-전쟁 장기화 등 여러 악재가 엎친 데 덮치면서 반도체 시장이 ‘10년 내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 미ㆍ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장단기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그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잇달아 성장 하향 조정…암울한 반도체 시장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인한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 (뉴시스)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0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8% 줄면서 26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지연과 그동안 축적된 재고 등으로 당분간 가격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반도체 수출 감소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 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와 내년 반도체 전체 시장이 각각 13.9%, 4.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전망치보다 각각 2.4%p(포인트), 0.5%p 줄어든 수치다.

특히 한국 기업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반도체’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0% 성장률’까지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WSTS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성장률을 18.7%에서 8.2%로 하향 조정했으며 내년 메모리반도체 성장률은 0.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도 연일 하락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소비자용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하락 전망치도 애초 0∼5% 수준에서 3%p가량 더 내렸다.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도 2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반도체’ 직격탄에 韓 기업들 대응 고심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이투데이DB)

올 하반기 이후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크게 꺾이고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관측이 잇달아 나오면서 국내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높은 메모리반도체 비중 때문이다.

전 세계 D램ㆍ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9%에 달한다. 특히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70%를 넘어선다. 여기에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4%, SK하이닉스는 약 97%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국내 반도체산업 경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10명 중 7명(76.7%)은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상황을 ‘위기’ 혹은 ‘위기 직전’으로 진단한 이들에게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물은 결과 가장 많은 전문가가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할 것’(58.6%)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까지’(24.1%), ‘내년 상반기까지’(13.9%), ‘올해 말까지’(3.4%) 순이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거시 경제 전반에 걸친 문제인 만큼 기업들이 직접 나서 위기를 타개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또 반도체는 부품 산업이기 때문에 충분한 전방 세트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는 등의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며 “차세대 고부가 제품, 기술ㆍ가격 경쟁력 강화, 수익성 위주의 전략 등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3일 ‘238단 4D 낸드플래시(낸드)’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규격 D램인 DDR5과 HBM 등을 비롯한 낸드 플래시에서도 신제품을 선보인다. 첨단 공정 제품과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늘리며 메모리 불황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세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와 DDR5 D램 기반의 첫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메모리 샘플 개발에 성공하며 메모리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SSD뿐 아니라 CXL 기반 D램, HBM-PIM 등을 선보이며 메모리반도체에서 기술 리더십을 선도하고 D램, 낸드 분야 제품 간의 시너지를 통해 메모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기술력만큼 더 많은 고객사 확보를 위해서는 높은 생산력을 바탕으로 단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두 회사는 4세대 10나노(1a) D램 등 차세대 공정 세대교체를 통해 원가 절감에도 나선다.

▲SK하이닉스 M15 청주 공장 모습 (사진제공=SK하이닉스)

이와 더불어 투자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 수익성 중심의 기업 경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에 대비해 단기 투자에 대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하는 한편 단기 관점에서 내년도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선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말 예상되는 재고를 포함해 내년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량과 이에 필요한 투자 수준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현재 주요 고객들과 내년 시장 환경 및 예상되는 메모리 수요 관련하여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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