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 꺾였지만 채소·외식 부담은 여전…고물가 이어진다

입력 2022-09-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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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으로 외식 등 오름세 확대…상당 기간 5~6%대"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이투데이DB)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꺾이면서 물가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물가가 높았던 데 따른 역 기저효과와 유가·곡물 가격 등의 대외 요인 약화가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완화시키지 않겠냐는 기대감이다. 다만 물가가 정점을 통과했더라도 채솟값과 외식비 등의 오름세가 여전해 당분간 고물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계청은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8.6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낮아진 건 올해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앞서 6월(6.0%)과 7월(6.3%)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물가 상승세의 둔화 흐름은 지수를 전월 대비로 보면 더욱 명확하다. 8월 물가 지수는 전월(108.74) 대비 0.1% 하락했다. 전월보다 지수가 하락한 것은 2020년 11월(-0.1%) 이후 21개월 만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0.5~0.7%대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물가 상승세가 꺾인 것은 그동안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던 국제 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올해 3월 배럴당 130달러까지 육박했던 국제 유가는 지난달부터는 90달러대로 안정됐다. 지난달 말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으로 인해 한때 100달러대를 상회했지만, 다시 90달러대로 내려왔다.

이로 인해 8월 석유류 가격은 19.7% 오르는 데에 그쳤다. 석유류 가격은 전월(35.1%)보다 10.0% 하락해 1998년 3월(-15.1%)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석유류는 국제 유가가 많이 올랐던 3월 전월보다 13.8% 상승한 이후 6월까지 전월 대비 상승세를 보였지만, 7월 0.1% 감소한 후 8월에는 큰 하락 폭이 나타났다.

그동안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던 석유류 가격이 내려가면서 물가 정점에 대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물가와 관련해 "조만간 5%대 상승률을 볼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으로 높았던 것에 따른 역 기저효과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급등한 국제 곡물 가격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물가가 정점을 찍었더라도 당분간은 5%대 이상의 고물가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석유류를 제외하면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등이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7.0% 상승했고, 이중 채소류(27.9%)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은 10.4% 올랐다. 농산물 가격의 상승률은 지난해 6월(11.9%)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개인서비스도 6.1%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외식 가격은 8.8% 오르면서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정점과 관련한 질문에 "국제 유가나 곡물 가격과 같은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악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면 정점의 가능성도 실질적으로 있다"면서도 "오펙 플러스(OPEC+)의 감산 가능성이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국제 유가나 곡물 가격이 반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에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2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7월 3.9%→8월 4.0%)은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다소 확대됐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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