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만든 변기…저개발국에 ‘슈퍼 백신’ 된다

입력 2022-08-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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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게이츠재단 협력해 ‘RT’ 탄생
25일 종기원서 ‘RT 프로젝트’ 종료식 개최
3년의 도전ㆍ실패 경험 모여 성공 결실 맺어
삼성 독자기술 집약…세 가지 모듈로 구성

▲삼성이 개발한 신개념 화장실 ‘RT(Reinvent the Toilet)’ (사진제공=삼성전자)

우리 일상 속 ‘화장실’은 어디나 존재하는 장소다. 동시에 지하철, 상가 등에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 이 기본적인 것조차 누리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이들이 있다.

삼성전자는 화장실 이용이 어려운 저개발국 사람들의 안전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직접 변기 제작에 나섰다. ‘신개념 화장실’을 통해 지구 난제 해결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30일 삼성전자는 뉴스룸을 통해 지난 3년간의 연구 과정을 거쳐 나온 ‘세상에 없던 변기’(Reinvented ToiletㆍRT)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에 달하는 36억 명이 화장실 부족 또는 안전하지 않은 정화처리 시설로 그 존엄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살고 있다.

특히 9억 명이 넘는 사람이 야외에서 대소변을 해결하고 있으며 수질 오염으로 매년 5세 이하의 어린이 36만 명 이상이 설사병 등으로 사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부터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은 신개념 위생 화장실을 저개발국에 보급하는 ‘RT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 신개념 화장실은 별도의 물이나 하수 시설이 필요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재단은 여러 기술적 난제와 대량 생산 시 원가 수준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재단은 2018년 삼성에 RT 개발 참여를 요청했고 삼성전자는 이에 응답했다.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은 2018년 삼성에 RT 개발 참여를 요청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에 응답하며 2019년 TF팀이 꾸려졌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유튜브)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MATERIAL 연구센터 상무는 “남아프리카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아이들이 변이 거의 앉은 자리까지 찬 상태에서 볼일을 보는 모습을 봤다”며 “이 과제가 좋고 싫고를 떠나서 뭔가를 위해서 해야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지구 난제 해결’을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컸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재단의 프로젝트 요청에 따라 TF를 꾸렸으며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화 화상을 통해 빌게이츠 재단과의 협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기술력의 삼성에도 쉽지만은 않았다. 사용자 실험 단계에서는 갑자기 호박씨가 탈수기 앞부분에 막히는 등의 여러 변수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다.

김낙종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MATERIAL 연구센터 연구원은 “보통 전 세계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모으면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RT 프로젝트가 된다는 분들은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개발 과정에서) 이게 냄새도 많이 나고 넘치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거 안되나?'라고 되뇌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세가지 모듈로 분리되어 있는 삼성의 RT (사진제공=삼성전자 유튜브)

삼성전자는 마침내 3년간의 도전과 실패 경험들을 통해 소형 가정용 RT 프로토타입을 탄생시켰다.

특히 오랜 기간 연구원들의 연구개발 노력으로 구동 에너지 효율화, 배출수 정화 능력 확보에 성공했다. 또 배기가스 배출량 저감, 내구성 개선, RT 소형화 등 게이츠재단의 유출수ㆍ배기가스 조건을 만족하는 요소기술 개발도 해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신개념 화장실(RT)에는 소위 기계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 고체역학, 정역학, 유체역학, 동역학, 열역학까지 들어가 있다.

또 RT는 세 가지 모듈로 분리돼 개발됐는데 △소량의 물 사용으로 물과 고체를 분리하는 ‘변기모듈’ △분리된 대소변을 빠르게 정화하는 ‘바이오 정화 처리모듈’ △분해되지 않은 찌꺼기를 건조ㆍ연소시켜 재로 제거하는 ‘고체처리모듈’로 구성돼있다.

삼성의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가정용 RT는 현재 실사용자 시험까지 마쳤다. 게이츠재단은 앞으로 양산을 위한 효율화 과정을 거친 뒤 이를 저개발 국가에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RT 기술 특허를 저개발국 대상으로 무상 라이센싱할 계획”이라며 “하수시설이 없거나 물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 RT가 슈퍼 백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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