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부, 美 인플레감축법에 유사국과 공조 추진…WTO 제소는 '보류'

입력 2022-08-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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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삼성전자 등과 피해 대응책 논의
李 장관 앞서 언급한 WTO 제소는 보류
자동차연합회 등 업계에서도 우려 제기
전문가 "협상 때 상응하는 카드 가져가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의 반도체, 전기차 지원법 대응 업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제정으로 자동차·배터리·반도체 업계에 비상등이 켜지자 민관의 역량을 총결집한 '원팀'(One Team)을 구성해 대응키로 했다. 또 EU, 독일 등 유사한 입장을 지닌 국가들과 협력해 공동 대응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와 만나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최근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고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해 미 행정부 및 의회와의 협의를 다각도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 장관은 "당초 반도체법(Chips Act) 초안에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없었으나 의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고, 전기차 보조금 개편 내용이 포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법안 공개 후 약 2주 만에 전격적으로 통과됐다"면서 "미국의 국내 정치 요소, 중국 디커플링 모색, 자국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장관은 "WTO 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을 자세히 검토하고 유럽연합 등 유사 입장국과 보조를 맞춰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WTO 제소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양자 협의를 우선 진행한다. 산업부 통상 담당 관계자는 "분쟁절차는 국가 간 해결방안의 최종단계로 얘기한다"며 "일단 미국 정부랑 최대한 협의하는 것이 일차적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자 협의를 통해 우선 해결할 방법을 고려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한미 FTA와 WTO 규정 중 어떤 분야가 어긋날 가능성이 있는지 자세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은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만달러까지 지원금을 주는 내용으로 한국 업계의 피해가 예상된다. 반도체지원법도 미국 내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에 따른 혜택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 등에 신규 투자가 제한된다는 조건이 걸림돌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인플레이션감축법에 우려를 표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만기 연합회장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전기차 국내 생산위축은 물론 미래 차 경쟁력과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민관의 적극적인 공동대응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의 반도체, 전기차 지원법 대응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산업부는 당분간 미국과 긴밀한 협상을 통해 한국을 두 법안에서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적극 설득할 예정이다. 당장 8월 중 산업부 실장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하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9월 중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전략을 설정해 양자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가진 전략을 잘 정리해서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와 반도체 워킹그룹인 팹4(FAB4) 등 미국 주도로 이뤄진 협의체 참여와 같은 카드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하고 양자 협상에 임할 때 우리 정부가 요구할 건 명확하게 미국이 감내할 수 있는 조건을 생각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IPEF나 팹4 같은 반도체 동맹에 있어서 우리의 역할도, 조심스럽지만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며 "디테일한 규정에 변화를 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에 도움이 된다는 논지를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국측 협상 파트너인 무역대표부(USTR)를 상대로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타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담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업계가 차별받는 것에 관해 얘기를 할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시정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문제 제기도 하고 향후 협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걸 기본적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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