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우리 병원은 ‘즐신행’

입력 2022-08-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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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원장님과 있는 시간이 더 많아요. 신랑이 밤 근무 들어가면 24시간 못 볼 때도 있거든요.”

하루를 나와 남편 중에 누구랑 더 많이 보내느냐는 질문에 간호사들의 대답이다. 사람들은 주로 집과 일터에서 하루를 보내는데, 출퇴근 시간까지 근무의 연장으로 봐야 하기에 집보다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러기에 일터가 집보다 중요할 수 있다. 집에서의 문제가 일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와 반대로 일터에서의 문제가 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 중에 어느 것이 가능성이 큰지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의원을 시작한 지 30년이 됐다. 개원 초기 자리를 빨리 잡기 위해 휴일에도 환자를 보고 간호사들을 닦달했다. 경비도 어떻든지 줄일 궁리만 했다. 이를테면 4명이 점심을 먹는데 찌개는 3인분을 시키고 공깃밥을 하나 추가하는 식이다. 자리가 좋아선지 아님 실력이 있어선지 병원은 나날이 발전했다. 수입도 늘었다. 처음엔 좋았으나 갈수록 그 기분이 사그라지며 출근하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걸핏하면 그만두는 직원들도 적잖은 스트레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자체 보건의료 담당자 모임에서 관상을 공부하고 있다는 보건소장으로부터 내가 아주 인색한 관상이란 말을 들었다. 잘생겼다는 말은 못 들었어도 인상 좋다는 말은 듣던 나는 겉으로는 그러냐며 웃었지만 속으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릴 적 관상은 부모 책임이고, 나이 들어서는 자기 책임이라 하지 않던가. 지금껏 내가 어찌 살았는지 돌아보는 계기였다.

바꿔야만 했다. 그래서 생각한 병원 모토가 ‘즐신행’이다. 환자를 많이 보는 데가 아니라 즐겁게 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주식을 한 주라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회사의 주인이듯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가 즐겁지 않으면 하루가 다 즐겁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직원들이 힘들지 않도록 적극 뒷받침했고, 가족처럼 여가 활동까지 챙겼다. 환자가 많으면 원장만 아니라, 직원들도 같이 좋게끔 급여 시스템을 바꿨다.

즐!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짜증 내며 할 게 뭐 있나. 즐겁게 하자. 신! 놀 때는 신나게 놀자. 행! 그러면 행복한 나날.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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