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복합 개발 특례법 제정 절실…'세대공존형 공공주택' 실험"

입력 2022-07-3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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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지역 한계 무너뜨려야 복합개발 가능…TF 가동 중
부모ㆍ기혼자녀 근거리 거주…고립·육아 동시 해결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주거‧관광‧국제업무 복합개발단지인 마리나 원의 중앙광장을 걷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 세운지구가 초고밀 복합개발된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당시 재개발을 계획했지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취임으로 '도시재생'으로 정책이 바뀌며 그간 개발이 지지부진했었다.

오 시장은 4월 고밀·복합 개발과 녹지공간을 동시에 확보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가장 먼저 세운지구에 적용한다며 개발 계획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종묘에서 퇴계로로 이어지는 세운지구 44만㎡를 재정비해 고층 빌딩과 14만㎡의 녹지·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오 시장은 30일 복합개발단지 ‘마리나 원(Marina One)’에서 용산에 이어 세운지구도 서울판 화이트사이트를 적용한다고 발언하면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 시장은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오래된 공간은 낙후하게 돼 있고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테크놀로지 같은 미래 첨단 과학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게 주거·산업·상업 기능을 한자리에 모아 도시 재개발의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울판 화이트사이트인 '비욘드조닝'을 적용한다. 오 시장은 "낙후한 서울도심은 싱가포르와 같이 용도지역의 한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복합개발이 가능해야 한다"며 "용산이나 청계천 뿐 아니라 서울 도심에 재개발이 이뤄질 곳은 무수히 많다"고 강조했다.

비욘드조닝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완화가능한 높이, 건폐율, 용적률 등 주로 물리적인부분을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현행법에서는 입지규제최소구역에서 적용가능하도록 정해져 있지만, 국토교통부 지침상 세부규정이 제한적이어서 비욘드조닝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세부규정 완화가 전제돼야 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은 "도심 복합개발을 위해 기존 국토계획법을 뛰어넘는 '도심 복합개발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용산개발이나 세운지구 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부분도 절실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침 개정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특례법에 서울 도심 특수성을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지난달 '구도심 복합개발 TF'도 구성해 운영 중이다. '도심 복합개발을 위한 특례법'은 2020년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올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제로도 제시된 바 있다. 이미 국회와 중앙정부에서도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게 서울시 설명이다.

오 시장은 "도시 재개발 효용성을 높이고 토지 이용 비율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국토부와 의견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후(현지시간) 캄풍 애드미럴티(Kampung Admiralty) 내 고령층 편의시설 및 양육시설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이날 오 시장은 싱가포르 북부에 있는 실버타운 '캄풍 애드미럴티 단지'를 찾아 "은평 혁신파크와 고덕 시립양로원에 세대통합형 공공주택 '골든빌리지(가칭)'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실버타운이 도시 외곽의 한적한 곳에 조성된 것과 달리, ‘캄풍 애드미럴티’는 노년층 부모와 결혼한 자녀 등 3세대가 근거리에서 거주, 생활하는 ‘세대통합 주거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km 떨어진 공공주택 단지에 거주하는 자녀가 수시로 부모님을 방문해 안부를 챙기고, 자녀를 부모님 집 또는 건물 중층부에 위치한 보육시설(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시는 은평 혁신파크 내 일부 건물을 허물고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임대 및 분양 방식은 토지임대부 주택과 더불어 공공임대 방식을 여러가지 형태로 포함하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어르신 주거를 100~200가구 넣고 그 근처에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를 아울러서 자녀가구도 함께 거주할 수 있는 100~200가구도 함께 만들어 어르신들 잘 모시고 기혼한 자녀들도 아이를 키울 때 갑자기 돌봄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공약 당시 나온 '효도주택'에 대해 "부모와 가까이 살고 싶은 사람도 있고 일부러 멀리 살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일부러 우선분양권 등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제도적 실험을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호 골드빌리지가 조성될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는 박 전 시장이 2015년 약 11만234㎡ 규모로 만든 공간이지만 활성화에 실패했다.

오 시장은 "혁신파크는 지하철역이 많아 교통도 편리하다"며 "300~400가구가 들어가면 주택 수가 부하가 걸릴 정도의 숫자는 아니다. 주민들이 반대 명분으로 삼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주택 선순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어르신 세대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서 50~60평대 산다. 결혼한 자녀들은 20~30평대 살면서 아이를 낳게 되면 50~60평이, 어르신들은 작은평수로 갈 수 있다"며 "주택이 선순환 돼야 하는데 안되고 있다. 큰 평수에 살던 부모들이 작은 평수로 내려가면 세제 등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 집이지만 세대 분리 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각각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3대 거주형 주택'을 개발해 재건축을 앞둔 하계 5단지에 시범조성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자유시장 경제 질서에서 자본주의적으로 접근해 공공임대 쪽이 약하다"며 "싱가포르는 사회주의적 접근으로 수십년 동안 토지임대부 분양이 발달해왔다. 이를 한국 사회에 어떻게 뿌리 내리고 접목시킬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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