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수출액 '역대 최고' 기대되지만…웃지 못하는 이유는?

입력 2022-07-25 15:24수정 2022-07-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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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면업체들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처지에 놓였다. 인지도 상승과 과감한 투자가 맞물리면서 라면 수출액은 올해 신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원재료 가격 폭등과 환율 상승 등 대외적인 악재로 실적 부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라면 수출액 신기록 1년 만에 갈아치우나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3억8340만 달러(약 5020억 원)로 신기록을 달성했던 지난해 상반기(3억1969만 달러, 약 4186억 원)보다 약 20% 증가했다.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1년만에 수출액 신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K라면은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고자 '집콕'을 한 외국인들이 기존에 자주 먹던 일본 라면 등과 달리 차별화된 맛을 자랑하는 한국 라면을 찾기 시작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인지도가 급등했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농심 짜파게티+너구리)’도 K라면 인기에 크게 이바지했다.

K라면이 인기를 얻자 라면업체들은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삼양식품은 올해 5월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할 밀양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밀양공장은 부산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총 2400억 원이 투입된 밀양공장은 연간 최대 6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업계 1위인 농심은 라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에서는 델리 셀렉트시티사켓(Select City Saket)에서 ‘신라면 볶음면’ 출시 행사를 했다. 시식 행사에는 무려 5만 명의 현지인이 참석했다.

1년 만에 또 가격 인상 고심하는 라면업계

▲올해 4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서 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급 수출 호조에도 라면업계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폭등해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밀(SRW) 가격은 지난달 기준 톤당 371달러이다. 지난해 평균치(258달러)보다 44% 증가했다.

라면업체 실적은 2분기까지 크게 나쁘지 않다. 아직까지는 비축된 원재료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 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뚜기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3% 증가한 421억 원이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 영업이익 전망치는 44.37% 오른 205억 원이다. 농심만 영업이익(145억 원)이 16.18% 감소했다.

문제는 하반기부터다. 비축 물량이 줄어들면서 하반기부터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기 라면업체들로서는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붕괴된 공급망은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만에 1300원대를 넘어서면서 환율 상승까지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악재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라면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작년 7월 가격 인상 조치를 취한 지 1년 만이다. 소비자 반발이 예상되지만 제품 가격을 유지할 경우 실적 부진이 우려되는 만큼 업계로서는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하나증권 심은주 연구원은 “농심의 경우 올해 라면 추가 판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3~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에 대해 소비자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현재까지는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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