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EU-중국 관계를 통해 본 우리만의 對중국 전략 필요성

입력 2022-07-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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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한 달 뒤인 8월 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평소라면 한중 간에 이런저런 행사가 많을 법도 하지만, 올해는 조용하기만 하다. 이웃 국가인 일본도 9월 일중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일본 내 분위기도 한국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결국 중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마음 편히 축하할 수 없는 현 상황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가 표면적 이유이겠지만, 아마도 근본적인 이유는 미중 갈등과 가치 중심의 연대 가속화일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유럽연합(EU)의 대중국 전략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현재 EU의 지정학적 최대 위협은 러시아이지만, 지경학적 도전의 대상은 중국이다. 이는 6월 29일 발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새로운 전략 개념에서도 확인된다. 이전의 전략 개념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규정했고 중국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10년의 지침이 되는 새로운 전략 개념은 러시아를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정의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을 중요한 인프라 취득이나 공급망 지배를 통해 군사적·경제적인 영향력을 강화하는 “체제상 도전”으로 규정했다.

EU는 중국과 1975년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이후 경제와 통상을 중심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2003년에는 광범위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13년 ‘EU-중국 2020 전략 아젠다’에서 평화와 안보, 번영, 지속가능한 발전, 문화교류, 4개 중점 분야를 위주로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확인했다.

그러나 2016년 중국 메이디그룹(美的集團)이 독일의 세계적인 산업용 로봇 기업인 쿠카(KUKA) 인수에 성공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2016년 정책문서 ‘EU의 새로운 대중국 전략 요소’에서 시진핑 체제 후 중국의 변화와 글로벌 레벨에서의 영향력 행사에 대한 경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이 경제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기주장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교정책은 ‘몸을 낮추고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겠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에서 ‘할 일은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주동작위(主動作爲)’로 전환되었고, 외교적·전략적 목적을 위해 경제를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EU는 독자적인 대중국 전략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2019년 3월 채택한 ‘EU-중국 전략적 전망’에서는 “중국의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은, 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반영함과 동시에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증대하고 있어, 중국은 더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며”,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보다 큰 책임, 상호주의, 무차별성, 개방성을 수반해야 한다”는 인식을 담았다.

이후 2021년 5월 ‘EU-중국 포괄적투자협정(CAI)’은 중국의 인권문제를 이유로 유럽의회에서 599대 30의 압도적 찬성으로 비준절차가 동결되며 EU의 중국에 대한 불신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한 리투아니아 수출품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은 2021년 12월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으로부터의 보호수단 규정안’ 제안으로 이어졌다. 이 규정안은 EU나 회원국에 제3국이 무역이나 투자 제한을 통해 특정 정책의 실시·변경을 강압하는 사태에 대응하는 권한을 유럽위원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EU에서는 인권 실사 의무화, 환경·사회적 과제·거버넌스(ESG) 등 비재무정보 공개 요구 강화, 지속가능한 금융시장 구축을 위한 법제도 정비 등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룰 형성에 대한 EU의 적극적인 자세는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시장 창조와 EU의 경쟁력 구축을 위한 움직임으로 바라봐야 한다. EU의 대중국 전략은, 중국이 혜택을 누려왔던 과거의 경제적 이익만을 교려한 비교우위 모델에서 벗어나, 탈탄소 및 인권 문제 등 사회과제 해결에의 공헌이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EU의 경험에서 독자적인 대중국 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우리의 목표는 무엇이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은 무엇인지, 우리의 레드라인은 무엇이고, 어떠한 협력이 가능한지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중국 전략이라는 것을 가져보지 못했다.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2년 앞으로 30년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대중 전략을 검토하고 그것을 정부 내 그리고 국민과 공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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