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EU 가입후보국 지위와 우크라이나

입력 2022-07-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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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유럽연합(EU)은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라는 명칭의 6개 회원국으로 출범하였다. 이후 1993년 마스트리히트 조약(Maastricht Treaty) 발효 때까지 12개 국가로 늘어났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경제 및 사회, 공동 외교안보 그리고 사법의 삼주체제(Three pillars of the EU)가 갖춰진 조약으로, 이후 공동정책의 범위를 다방면으로 확대시켰다. 1995년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2004년 중동유럽 10개국, 2007년 불가리아 및 루마니아, 2013년 크로아티아 가입으로 EU는 28개국이 되었으며, 브렉시트로 영국이 탈퇴하며 27개국이 되었다.

EU는 기본적으로 유럽대륙에 위치한 국가 전체를 잠정적인 회원 후보국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실제 회원국 확대는 나름의 기준과 평가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상국이 회원국으로서 적합한지 판정하기 위한 지침은 1993년 6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유럽이사회에서 결정되었으며, 이후 코펜하겐 기준(Copenhagen criteria)으로 통칭된다. 코펜하겐 기준은 △첫째, 정치적 기준(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소수자 보호를 보장하는 제도의 안정성) △둘째, 경제적 기준(시장경제 및 경쟁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셋째, 회원국 자격의 의무(정치동맹, 경제동맹, 통화동맹 등)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구성된다. EU라는 거대 지역통합의 가입조건으로 3개의 기준은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실상 하나하나의 조건을 만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2000년대 가입 확대 대상이었던 중동유럽 국가들은 냉전 시기 사회주의 체제 국가로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쟁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가 유럽재정위기를 겪던 시기, 2000년대의 회원국 확대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위기의 요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EU의 가입국 확대 당시 후보국에 대한 엄격한 기준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던 것이다.

이후, 탈냉전 시기 본격적으로 동진해 왔던 EU의 확대정책이 멈춰 섰다. 오히려 기존 회원국이 탈퇴를 주장, 결국 이를 단행하는 사태까지 맞이하며, EU는 확대보다 내실을 다지는 자세를 취해왔다. 앞서 언급한 EU 회원자격 조건을 충족한 국가는 기본적으로 가입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유럽이사회의 권고 과정을 거쳐 가입후보국 지위를 얻을 수 있다. 2022년 7월 현재 EU 가입후보국은 알바니아, 몰도바,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튀르키예(터키) 및 우크라이나이다. 이밖에 해당국이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나,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잠재적 후보국가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조지아 및 코소보가 있다. 정리하면,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과 소련 내에 위치했던 국가 등인 것이다. 튀르키예는 최장수 EU 가입후보국이다. 1987년 당시 터키는 EU 가입 신청을 했고, 1999년 가입후보국 지위를 얻었다. 튀르키예에 관한 가입 논의가 2005년부터 시작되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튀르키예는 EU 회원국인 키프로스의 분단 문제에 관여되어 있고, 2016년 반정부 시위에 대해 광범위한 정부의 탄압이 있었던 점 등이 지적되며 코펜하겐 기준 충족에 미흡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무엇보다 튀르키예가 정치와 경제에 관한 객관적 기준에 도달하더라도 역사, 문화, 종교적 전통의 측면에서 유럽성(europeanness)에서의 격차 때문에 회원국이 아닌 이웃국가로 남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6월 전격적으로 EU 가입후보국 지위를 획득하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후보국 지위를 공식화하며, 이를 ‘좋은 일’이라 평가하면서도 가입후보국으로서의 개혁 달성을 요구하였다. 집행위원장의 개혁 요구에는 세부적으로 민주주의 및 법치의 강화, 인권 개선, 올리가르히(oligarch), 즉 신흥재벌집단의 영향력 축소 및 부패 척결 등이 포함된다. 냉전 시기 사회주의 체제 국가에 있어 이러한 EU 가입 충족 기준은 결코 달성하기 쉬운 목표가 아니다. EU 회원국이 되면 지역결속정책(cohesion policy)의 대상이 되어, 내부격차 완화를 위한 자금 지원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공동시장 배경의 이점을 토대로 매력적인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2000년대 이후 회원국으로 진입한 중동유럽 국가들 중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은 새로운 경제기회를 맞이하기도 하였고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의 경우 국민소득이 2~3배 증가하는 변화를 맞이하였다.

전쟁 중인 현재의 우크라이나가 가입후보국이 된 이후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종전을 맞으면 우크라이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 시장경제 체제 구축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가장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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