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③사상 최초 기준금리 0.5%P 인상에도, 외국인 우리 증시 떠난다

입력 2022-07-13 09:53수정 2022-07-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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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한국은행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우리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내디디면 한국과 미국간 금리 역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달러, 우리 기업의 성장 둔화 등이 겹치면서 외국인들의 이탈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694억 원, 코스닥 시장에선 2441억 원 등 총 3151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특히 코스피가 1년 8개월 만에 2300P 선이 붕괴됐던 지난 1일 외국인은 코스피만 3404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매도는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1일 외국인은 우리 증시에서 4407억 원을 매도했다가, 5일 들어선 4090억 원을 매수하는 등 포지션을 바꿨다. 하지만 11일과 12일 각각 1353억 원, 1991억 원 등 매도대금을 늘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채권도 18개월 만에 순회수했다. 매수보다 매도 또는 만기 상환 금액이 더 크다는 뜻이다. 2020년 12월 이후 외국인은 채권만큼은 순투자해왔으나 지난달 국내 상장채권 9340억 원을 순회수했다.

이같은 외국인의 ‘셀코리아’는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이 현실화 되면서로 해석된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같거나, 미국의 금리가 더 높다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인 미국으로 자금을 옮긴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자 시장에서는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가 되면서 한은이 빅스텝을 해도(2.25%) 금리 역전이 나타난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실제 11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6월 소비자 기대 조사 결과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6.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8%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40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탓에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과 중국 등 신흥국 채권에서 500억 달러(약 65조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미 금리 역전뿐만 아니라 강달러도 외국인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환율이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는 이유에서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16원을 넘어서며 1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1312.1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4거래일 만에 연고점(1311.0원)을 갈아치웠다.

기업의 환차익도 옛말이다. 원자재를 수입해 수출하는 기업은 원가 부담이 증가해 환차익을 고스란히 누리기 힘들다. 또 외화부채가 높은 기업들은 외화평가손실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최근 특별한 재무활동이 없었음에도 환율이 오르면서 외화평가손실이 4000억 원 이상 늘었다.

최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정 기관 3곳이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상장사 239곳 중 올해 연결기준 순이익 전망치는 182조1428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0.2% 줄어든 규모다. 2분기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177개의 2분기 순이익은 1년 새 0.4% 줄어 35조9321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속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 주가 하락의 역금융장세 이후 역실적장세가 따라오는 것이 증시의 계절 순환”이라며 “3분기에 이익 추가 하향이 진행될 전망으로 코스피의 반등은 순환적 반등이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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