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처럼 화장해볼까?” 일본에 부는 K뷰티 바람

입력 2022-08-07 15:13수정 2022-08-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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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에이블씨엔씨)

한국 화장품의 무덤으로 불리던 일본 뷰티 시장에서 K뷰티의 인기가 상승세다.

7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향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 2018년 3억365만 달러에서 2019년 4억242만 달러로 32.5% 늘었고, 2020년에는 6억3924만 달러로 2년만에 약 2배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7억8412만 달러로 성장 폭을 키웠고, 올해 6월 누적 수출은 4억1079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8억 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확대됐다. 2018년 4.8%에 불과했던 일본 비중은 2020년 8.4%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8.5%를 기록했다. 올해 6월 누적 10.1%로 두자릿 수를 넘겼다. 최근 전체 수출 중 절반에 달했던 중국향 매출이 주춤한 가운데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 수출 비중 11.0%에 근접했고, 상승세는 미국보다 가파르다.

일본은 K뷰티가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혀왔다. 시세이도와 SKII 등 현지 고가 브랜드 위상이 높고, 저가 브랜드도 자국 상품을 애용하는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시장 안착이 쉽지 않았다. 실제 2014년 최고가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P) 매장이 진출 8년 만에 일본에서 철수했고,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일본 진출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BTS와 트와이스 등 K팝을 비롯해 오징어게임 등 K컬쳐 인기에 더해 한국식 화장법과 스타일이 유행하며 2016년부터 본격 상승했다. 기회를 잡은 브랜드는 K팝 스타를 앞세운 중저가 브랜드와 기능성 화장품 제품군이다.

일본 내 K뷰티 선봉장으로 에이블씨엔씨의 미샤가 꼽힌다. 일본 리서치 업체 트루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6월 미샤는 일본 드럭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쿠션 파운데이션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 2015년 9월 출시해 일본 국민쿠션으로 자리잡은 ‘M 매직쿠션 파운데이션’의 판매 형태를 단독매장에서 드럭스토어와 H&B(헬스앤뷰티), 버라이어티숍 등 약 2만3000개 매장으로 확대한 점이 주효했다.

한류 효과도 톡톡히 봤다. 에이블씨엔씨의 어퓨는 2020년 5월 일본에 첫 선을 보인 후 트와이스 멤버 사나와 다현을 모델로 발탁해 마케팅을 강화했다. 지난해 어퓨 매출은 전년 동기 4배나 상승했다. 이러한 성과로 미샤의 지난해 일본 매출은 443억 원으로 전년(387억 원) 대비 17.7%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6.1% 증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젊은 층의 지지가 높은 사나와 다현의 상큼한 매력이 어퓨의 브랜드 콘셉트와 부합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이니스프리와 메디뷰티 브랜드 에스트라를 내세웠다. 이니스프리의 올해 1분기 기준 일본 내 온·오프라인 매장은 88개에 달한다. 이달 1일에는 리뉴얼한 그린티 라인 화장품을 론칭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에스트라는 지난해 하반기 큐텐 일본 역직구 채널에 론칭돼 6개월만에 매출이 400% 이상 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라쿠텐과 일본 아마존에 브랜드관을 선보여 현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존에 큐텐과 라쿠텐, 아마존에서 고객 구매시 배송 기간이 10일 이상 걸렸지만, 올해 4분기부터는 1~3일로 단축해 즉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현지 풀필먼트 배송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위:천원 (출처=금융감독원)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인수한 일본 자회사 긴자스테파니와 에버라이프를 통해 화장품 사업을 강화했다. 에버라이프와 긴자스테파니의 쿠션 파운데이션이 후지경제가 최근 발표한 ‘2021 화장품 마케팅 요람’에서 일본 내 점유율 16.6%, 13.6%로 각각 판매 1, 2위에 오르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CNP(차앤박) 측은 프로폴리스앰플, 미스트, 필링부스터 등으로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일본에 진출한 휴젤은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웰라쥬(Wellage)로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올해 5월 일본 이세탄백화점 신주쿠 본점에서 열린 ‘리틀 서울’ 팝업스토어에 참여해 마케팅을 강화했고, 현재 63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며, 일본 유명 온라인 쇼핑몰 Q10과 라쿠텐 및 화장품 관련 사이트에도 입점했다.

휴메딕스는 지난달 마이원팜과 화장품 공급계약을 맺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공급 계약 대상은 ‘더마 엘라비’의 대표 제품인 퍼스트 에센스 스킨, 밸런싱 플루이드 등 17종이다. 초도 물량의 첫 선적은 8월 이뤄질 예정이다.

CJ올리브영도 일본 사업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2019년 5월 해외 150여 개국에서 한국 화장품 구매가 가능한 ‘역(逆)직구 플랫폼’ 글로벌몰을 론칭한 CJ올리브영은 지난해 해외 소비자 대상 글로벌몰에 일본어 서비스를 도입 현지 고객의 접근 편의성을 높였다. 이 결과 올해 1분기 CJ올리브영이 라쿠텐과 큐텐에서 달성한 매출 성장률은 223%에 달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일본 내 한국 화장품 인기는 한류에 기반한 만큼 장기적인 추세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뷰티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도 동방신기 등의 인기로 한국 화장품이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며 “한류 붐에 기대기 보다 제품 경쟁력에 기반한 장기적인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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