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모인 韓日 재계, 교류 회복 시동거나

입력 2022-07-04 17:24수정 2022-07-0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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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로 나아가야"

전경련 부활하나…탈퇴 4대그룹 이례적 참석

불행한 역사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추구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협력과 새로운 세계질서와 국제관계에 대해 논의한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3년 만에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가 그동안 경제외적 갈등으로 악화일로였던 한일관계의 새 돌파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한국 경제계가 앞장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경련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회관에서 일본의 기업인 단체인 일본경제인연합회(경단련·게이단렌 經團連)와 함께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게이단렌은 도쿄 증권거래소 1부(대기업이 소속된 부)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본의 경제 3단체 중 하나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1983년부터 매년 이 회의를 개최해왔다. 2019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노역 노동자 배상 판결 이후 양국의 관계가 악화로, 2020년과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2009년 한·일 정상회담 연계 신년 재계간담회 때 4대 그룹 회장단이 한데 모인 적은 있지만 양국 민간 고위 경제인협력채널인 한일재계회의에서 이들 그룹이 모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4대 그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전경련을 탈퇴한 바 있다.

회의에선 ‘소재·부품·장비’ ‘화이트리스트’ 등 민감한 단어 대신 악수와 안부인사, 협력 기대 등 희망적인 키워드가 언급됐다. 양측은 8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우선 1998년 ‘한일 공동선언 -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존중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자는 내용이 공동선언문에 포함됐다. DJ-이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이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 간에 한일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합의한 11개 항의 공동선언을 말한다.

매년 9월~11월이었던 회의 개최 시기를 올해 특별히 7월로 당긴 것은 오랫동안 열리지 못했던 만큼 조속히 만나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데 공통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지만 양국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을 위해선 대면회의가 필요하다고 양측 회장이 공감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 데 이어 한일 경제계가 얼굴을 맞댄 것이라 그동안 멀어졌던 양국 관계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경련에서 탈퇴한 삼성(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SK(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현대자동차(공영운 사장), LG(조주완 LG전자 사장) 등 4대 그룹에서도 참석해 윤석열 정부 들어 전경련 위상이 달라졌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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