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새 정부는 일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것인가?

입력 2022-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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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학교 대우교수, 정치학 전공)

한국은 연 2회 독도수호훈련을 실시해 왔다. 전두환 시절인 1986년부터 시작된 이 훈련은 2013년부터는 매년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상반기는 6월경, 하반기는 12월경에 실시된다. 지난해 상반기 훈련은 6월 15일 열렸다. 올해는 6월이 끝나가지만, 독도수호훈련에 관한 국방부의 발표나 관련 보도가 전혀 없다.

문재인 정권하에서는 지난해 12월 하반기 훈련이 열렸는데 당시 사전 예고 없이 비공개로 실시됐다. 윤석열 새 정부도 독도수호훈련으로 일본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은 전략상 좋지 않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처럼 비밀리에 훈련을 실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일 공개하면 일본의 강한 반발을 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서의 한일정상회담 실현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한일관계 개선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다만 새 정부의 정책은 한마디로 지난 정부가 하지 못한 일, 하지 않았던 일을 하고 혹은 문 정권이 한 일과 정반대의 일을 한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바꿔 말하면 대일정책에서는 문 정부가 강경책을 썼던 데 비해 새 정부는 대일유화책을 쓴다고 할 수 있다.

5월 10일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주변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한국 국립해양조사원 조사선이 해양조사를 실시했다”며 맹렬히 항의하고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 외교부는 당초 “한국 경제수역에서의 정당한 활동에 대한 일본 측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반응을 보였으나 결국 6월 18일까지였던 조사 일정을 앞당겨 자진 중단했다. 이런 사실은 한국 측 뉴스 보도에서 빠진 내용이다.

문 정부 때 시작된 독도 주변의 해양조사를 새 정부도 강행함으로써 일본과의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조사에 대해서는 진상이 오리무중이다. 양국 모두 조사가 이뤄진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1999년 ‘신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었을 때 만들어진 ‘중간수역’을 무시하고 일본 측 EEZ에서 조사가 실시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에도 NHK를 비롯해 일본 언론들이 상당한 왜곡 보도를 하는 것이 사실이나, 한국 측이 제대로 항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한일관계를 현저히 악화시킨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놓고 일본 측은 우리 법원이 추진 중인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에 대해서 윤 정부가 개입해 저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한국 외교부는 피해자단체들뿐만이 아니라 현금화에 반대하는 단체들에서도 의견을 듣고 있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새 정부가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것을 구실로 내세워 현금화에 강제적으로 제동을 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새 정부는 조만간 강제징용문제에 관한 민관합동 협의체를 발족시켜 거기서 현금화 절차를 막기 위한 작업을 검토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도 이 이슈의 상징적 존재인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에 회부해 줄 것을 거듭 새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응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차기 주일대사로 내정된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이 21일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지만 CAT 회부를 약속하지는 않았다.

윤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2015년 박근혜 정부 때의 한일 합의를 준수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그것도 기시다 총리가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관계의 기본이라며 한일관계 개선 조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 전 정부와 달리 일본에 관계 개선을 하자고 적극적으로 제의하고 있는 새 정부는 일본이 걸림돌을 제거하라고 강력히 요구하면 거의 모두 수용해 버릴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 개선에는 미국의 요구가 있고 한국 내 보수파들의 요구도 있다. 그러나 한일관계를 개선하므로 한국의 국익이 현저하게 훼손된다면 그것은 관계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한국을 희생시키는 어리석은 방책이므로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한미일 군사 협력체이고 북한과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한일 군사동맹이다. 군사동맹도 한국의 국익에 공헌한다면 맺을 수 있다. 그러나 군사동맹을 맺을 때는 양국에 영토문제가 있으면 안 된다. 한일 간에는 독도라는 영토문제가 존재한다. 일본 정부는 독도가 자국 영토이며 한국이 독도를 불법으로 점거해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군사동맹이나 이에 가까운 관계를 맺는다면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틈을 타서 독도를 점령해 버릴 우려가 있다. 결국 한국군은 북한이나 중국뿐만이 아니라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는 일본 자위대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새 정부가 그런 현실을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일 군사 협력체가 형성된다면 한국군은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의 지원을 받는 것만이 아니다. 대만 유사시에도 미군을 돕는 자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군이 대만으로 출진해야 한다. 또 최근 “홋카이도는 원래 러시아령”이라고 일본을 협박하는 러시아가 실제로 홋카이도를 침공한다면 한국군은 자위대를 지원해 러시아군과 싸워야 한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한국의 국익이 심하게 손상되고 오히려 한반도 위기는 고조될 것이다.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강한 군대를 가지면서 전쟁을 피하는 길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는 방향에는 대단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은 일본과는 다르다. 일본은 해양국가로서 같은 해양국가 미국과 함께 움직이면 되는 나라다. 그러나 한국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교차하는 국가다. 한국은 한반도에서의 양대세력의 충돌을 막아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일본을 모방하는 방향은 망국의 길이라는 것을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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