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장마’ 오는데 우산이 없다…‘저점매수’ 서학개미는 비명

입력 2022-06-20 17:07수정 2022-06-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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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연 최대 하락률에도 개인 이달만 5조 사들여
美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48% 하락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시황을 살피고 있다. 뉴욕/신화뉴시스

하락장에 접어든 국내 증시가 경기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탈출구가 희미해지고 있다. 증시가 나날이 저점을 낮춰가는 와중에 ‘저점매수’에 나선 동학개미들은 바닥 밑에 바닥을 경험하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미국 증시 하락세에 서학개미들도 최악의 수익률을 경험하며 비명이 커지고 있다. 서학개미가 올해 3조 원 가까이 사들인 테슬라가 38% 떨어지는 등 순매수 상위 종목들이 줄줄이 미끄러지고 있다.

코스피 올해 들어 20% 추락…동학개미는 저점매수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3~17일) 코스피지수의 주간 하락률은 -5.97%로 집계됐다. 코스피 주간 하락률은 지난 1월 24~28일(-6.03%)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 주간 하락률(-8.18%)은 2020년 2월 24∼28일(-8.57%)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연초와 비교하면 코스피는 지난해 연말 2977.65에서 20일 2391.03으로 19.7% 하락했다. 지금과 같은 하락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코스피 -40.73%, 코스닥 -52.85%) 이후 최대 연간 하락률을 기록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사진=조현욱 기자 gusdnr8863@

국내 증시가 휘청이는 와중에도 동학개미는 바닥을 노리고 매수세를 늘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5조846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17조5736억 원어치를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충격에 지난달 1조33억 원을 순매도하며 잠시 발을 빼는 듯 했으나 최근 거듭된 하락에도 오히려 매수세로 전환한 모습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고환율의 여파로 ‘셀 코리아’를 이어가면서 증시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외인은 이달 들어 4조893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강세의 여파로 1295.30원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진 탓이다.

美증시 몰려든 서학개미…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47% 하락

증시가 하락장에 접어들었음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16일 기준 513억 달러(65조8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510억 달러(66조1800억 원) 대비 0.58%(3억 달러) 증가했다.

미국 주식 결제금액으로 보면 순매수 규모는 121억 달러(15조6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6억 달러(16조2600억 원) 대비 3.97%(5억 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기록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던 미국 증시가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긴축 기조에 큰 폭의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장에서도 이른바 ‘저점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증시는 올해 들어 나스닥100이 -30.97%, S&P 500은 -22.90%의 등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다우존스산업지수도 17.76% 떨어졌다. 최근 1개월 사이에만 S&P 500(-10.13%), 나스닥100(10.33%) 등 10%대 하락률을 기록 중이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8.48%)도 부진을 이어갔다.

주가 반등을 꾀한 서학개미들의 손실폭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10 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46.88%에 달했다.

올해 서학개미가 23억2123만 달러(2조9987억 원)를 사들이며 순매수 1위에 오른 테슬라는 38.4% 하락했다. 순매수 2위(20억7513억 달러)인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ETF는 무려 86.4% 떨어졌다. 서학개미가 올해 3번째로 많이 사들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SHS ETF(129억 달러)도 76% 내렸다.

이외에도 엔비디아(-46.0%), 애플(-26.0%), 구글 알파벳(-26.0%), 마이크로소프트(-26.3%) 등 미국을 대표하는 주식들의 낙폭이 컸다.

해외펀드 시장에서도 서학개미들의 저점매수세가 뚜렷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북미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최근 1개월 전(9조1188억 원) 대비 5.99%(5764억 원) 늘어난 9조6952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1주일 사이에만 1693억(1.77%) 늘어난 수치다.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이 -8.56%를 기록,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와중에 계속 돈이 몰린 모습이다.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의 경우 최근 1개월간 5493억 원 늘어난 35조6878억 원으로 집계됐다. 해외주식형 펀드 증가 규모의 거의 대부분이 북미펀드로 몰린 셈이다.

기간을 늘리면 낙폭은 더 컸다. 북미주식형 펀드의 올해 초 이후 수익률은 -20.38%다. 그럼에도 올해 누적 설정액은 2조7911억 원에 달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경제전망 모델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이익 전망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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