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인도-태평양경제동맹(IPEF) 참여 결정과 대 중국·러시아 관계 관리의 과제

입력 2022-06-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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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명예교수, BNE 컨설팅 고문, 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 

지난 5월 23일 일본에서 미국의 주도로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 호주, 베트남 등 13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충격과 기후변화, 그리고 디지털, 노동, 환경 등의 이른바 신(新)통상 이슈와 인프라, 조세, 반부패 분야에 대해 인도-태평양지역국가간 협력을 통해 대응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중국의 상하이 봉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 및 에너지 가격 상승 등 거시적인 공급충격과 함께 개별국가의 원료물질, 부품,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로 세계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IPEF의 출범은 ‘경제의 안보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안정을 보장하고, 활로를 열어줄 잠재력이 큰 기제로 생각된다. 그러나 참여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IPEF는 ‘연결된’ 경제, ‘회복력 있는’ 경제, ‘청정’경제, ‘공정’경제의 네 축(pillar)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장접근(market access) 분야가 없다는 점에서 개방을 통해 자유무역의 이득을 추구하는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과 구별되는데, 참여국은 각 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 축이 포함하고 있는 세부 모듈은 미-유럽간에 창설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무역기술위원회(TTC)와 거의 동일하다. TTC가 기술표준, 안전한 공급망, 투자 심사와 기후 및 청정기술 등 10개 작업반으로 구성되어 ‘기술 측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IPEF는 중국을 배제하는 인도·태평양지역의 자유진영 블록이 될 가능성이 크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는 우리 경제는 2019년 일본으로부터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2021년 중국의 요소수 수출 규제에 따른 물류대란 등 국제관계의 변화에 따라 어이없는 일들을 많이 겪어왔다. 이런 가운데 사상 초유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이 트럼프 시절 도전하는 중국에 대한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의 일환으로 소비재에까지 부과했던 고관세를 상무부를 중심으로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경제상황과 국가간 관계의 변화에 따라 급변하는 국제통상은 가치를 공유한 국가간 안정적인 공급망의 형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우리가 IPEF에 참여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의 IPEF 참여 결정에 대해 미국, 유럽 및 일본을 합친 규모에 달하는 우리 수출의 최대시장인 중국은 즉각 우려 표명과 함께 사드(THAAD)를 거론하며 보복을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는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 이란과 더불어 미국의 움직임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동맹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세계가 신(新)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IPEF 참가 결정을 염려하는 이유이다. 다행히 중국의 희토류 등 수출제한 위협에 대해서는 최근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SMP) 참여로 대비를 했다는 소식이다.

한편, 러시아는 세계의 식량 및 에너지 공급원으로서뿐만아니라 중국과 함께 한반도의 접경국으로서 우리 민족의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이다. 쿠바 사태와 더불어 미국과의 정면 대결을 피해온 러시아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에서 사면초가인 상태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아시아에서의 영향력마저 빼앗기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대통령이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초청에 참석 결정을 한 상황에서 받아올 청구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인 경우 러시아와는 완전 적대적인 관계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16년간의 최장수 재임을 마치고 2021년 퇴임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고 욕을 먹어가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해 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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