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0.75∼1.00%에서 1.50∼1.75%로 한꺼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이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로 41년 만의 최고치를 보인 인플레이션 충격에 따른 것이다.
Fed는 앞으로도 몇차례 큰 폭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p 또는 0.75%p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나타낸 점도표(dot plot)가 가리키는 올해말 기준금리 수준은 3.4%다. 7월 0.75%p, 9월 0.50%p, 11월과 12월 0.25%p 씩의 잇따른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시장은 내다본다.
우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1.75%인 한국 금리와 미국의 차이가 사실상 없어졌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월 5.4%였고 6월에는 6%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두 달 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고, 국내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수입물가 부담이 커져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하반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있는 7월과, 또 8·10·11월에도 연속해서 금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0.25%p씩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으로는 연말까지 여전히 미국의 예상 금리수준보다 크게 낮다. 결국 한은도 최소한 7월 금통위에서 한번에 0.5%p를 올리는 ‘빅스텝’이 불가피하다는게 시장 전망이다. 이 경우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한다.
문제는 이같은 금리인상이 막대한 가계부채의 폭탄이 터지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1분기말 우리 가계부채는 1859조 원 규모이고 변동금리 조건이 75% 정도다. 금리가 1%p 오르면 이자부담만 연간 13조 원 이상 늘어난다. 가계 위기가 커지고 금융 부실의 후폭풍이 우려된다.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과 자금조달 비용도 급격히 상승해 실물경제 타격이 불보듯 뻔하다. 경기 후퇴와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의 물가 폭등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주로 공급 측면에서 기인한다.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잡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오히려 경기 침체만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은의 딜레마적 상황이다. 가계부채의 위험, 또 경기 충격을 고려해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 한은의 신중한 상황 판단과 적기(適期)의 대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