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질린 증시에 회사도 임원도 자사주 매입 ‘머뭇머뭇’

입력 2022-06-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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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코스피는 31.55p(1.26%) 내린 2,472.96으로 시작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로 국내 증시가 파랗게 물들자 기업, 임원들도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망설이는 모양새다. 통상 주가가 떨어지면 추가 하락을 막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이란 카드를 꺼낸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유럽도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긴축에 시동이 걸리고 투자 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기업과 임원도 주식을 사들이는 데에 머뭇거리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자기 주식을 취득하기로 결정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한라 한 군데였다. 지난달에 비해 다섯 군데 줄어든 수치다. 5월 한솔케미칼, 한샘 등 6개의 코스피 상장사가 16억~57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들의 목적은 주가 안정 도모였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되는 주식의 일정 물량을 회사가 거둬들여 대개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는다. 자기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면서까지 주가 부양에 힘을 쓰겠다는 회사의 책임 경영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매입이 소각까지 이어지면 회사가 향후 시장에 내다 팔 여지를 해소해 주가의 장기적인 상승 가능성은 더 커진다.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자사주 소각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달 유일하게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한 한라는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장외 매수를 통해 99억5074만 원어치의 우량주 34만8050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한라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할 것이라고 9일 공시했다. 그러나 한라의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공시 다음 날 주가는 3.28%, 그다음 거래일엔 5.73% 하락했다.

이는 미국이 긴축을 당초보다 강하게 할 것이라는 신호가 포착된 탓으로 풀이된다. 5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보다 8.6% 상승했다. 41년 5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나오자 투심은 급격히 냉각됐다. 이달 들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6.9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8.57%, 나스닥지수는 9.88% 하락했다.

이에 회사뿐만 아니라 임원들 역시 자사주 매입을 주저하고 있다. 지난 4월 부사장급 이상 몇몇 임원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사내 메일을 보낸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삼성전자는 메일에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대출이 필요하면 대출 상품까지 안내해주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에 그다음 달인 5월 1~13일 김도형 부사장을 포함한 18명의 임원이 약 27억 원어치(4만1622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이달 같은 기간엔 3명의 임원이 약 5조 원어치(7473주)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대주주들은 주가 상승 동력이 꺼졌다고 판단해 매도하는 추세다. 지난 10일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인 알리페이 싱가포르홀딩스는 시간 외 매매로 주식 500만 주를 팔아 4700억 원을 챙겼다. 다음 거래일 카카오페이는 10.22% 하락했고, 이 탓에 우리사주 직원 1인당 평가액은 3억6045만 원(공모가 기준)에서 3억4083만 원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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