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만든다던 고준위 방폐물 처분법, 어떻게 되고 있나

입력 2022-06-14 16:36수정 2022-06-1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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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물밑 작업 계속…국회선 여론 의식해 논의 멈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강화 정책을 내세우며 노후 원전 계속운전과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법이 취임 한 달째 깜깜 무소식이다. 원자력 발전 가동률이 높아져 사용후핵연료도 함께 늘어날 전망으로 고준위 방폐물 처리에 관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법 제정이 논의가 안 됐다며 공을 국회로 넘겼고, 국회에선 정부가 힘을 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논의는 빨라야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쯤 이뤄질 전망이다.

◇尹 대통령, 국정과제 제자리걸음…정부 "추진되고 있다"

(자료=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백서)

14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에 언급했던 고준위 방폐물 처분법은 아직 공식적인 논의가 없는 상태다.

앞서 윤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내걸면서 대책으로 방폐물 관리에 관한 내용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위해 관련된 절차와 방식, 일정 등을 규정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산하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의지에도 국정과제는 취임 한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다만 관련 부처에선 물밑 작업을 계속 진행하는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추진이 되고 있다. 하나씩 단계를 밟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며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여러 가지 이슈가 많으니깐 충분히 논의를 물밑에서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원전 재가동과 원전 수출 등이 더 급하니깐 지금은 천천히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의견도 듣고 다져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밑 작업에도 다른 국정과제와 달리 정부 차원에서 법 제정이나 공식적인 논의가 없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원전 생태계 강화만 해도 고리 원전 2호기 재가동과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예타 통과, 수출 강화 등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추진한 정책이 수두룩하다. 이와 달리 고준위 방폐물 관련 법은 논의도 안 됐다.

◇사용 후 핵연료 포화 시점 다가와…산업부 "국회의 시간"

▲고리1, 2, 3, 4호기(오른쪽부터)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또 다른 문제는 관련 법을 제정해도 처리장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해당하는 사용 후 핵연료가 현재는 원전 부지 내의 저장 시설에 있지만, 포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원전에서 나오는 장갑, 옷, 필터 등을 처리하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밖에 없다. 사용 후 핵연료에서 나오는 열을 냉각하고 관리하는 최종 처분장은 없는 상태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처리장 설계와 인허가까지 최단 7~8년 정도는 걸린다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전 이용률이 84.1%까지 올라온 상황이라 폐기물 포화가 더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산업부에선 기존에 논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추진하면 빨리 처리장 마련이 가능해 이젠 국회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국회가 법안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10년간 충분히 논의했고 논의의 결과물을 법으로 제도화해서 일하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하나씩 풀어가야 하고 첫 단추가 법률 제정이 아닌가 싶어서 국회가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산업부는 법안 처리와 별개로 물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서울대에서 고준위 방폐물 관리 융합대학원 현판식을 개최하는 등 방폐물 인재 육성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융합대학원에 5년간 연 10억 원 이내의 지원금을 투입해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국회, 관련법 멈춰있어…산자위 내부선 "굳이 지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와 달리 국회에선 정부가 나서서 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태도다. 특히 민주당 측은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과 정부가 원전 강화 정책을 펼치는 만큼 그 책임도 따른단 뜻이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여당 쪽, 정부 쪽에서 먼저 제안을 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이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자기들이 직접 해야 할 일을 우리에게 넘기는 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 구성 후에) 법안 정리나 정책 제언이 있으면 논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논의에서 멈췄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고준위 방폐물 관련 법은 원 구성이 완료되면 여야 간사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세부적으론 논의가 필요하지만, 양측이 큰 이견이 없었던 만큼 원 구성이 가장 큰 난제다.

다만 산자위 내부에서 여론을 의식해 반발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김 의원의 법안이 멈춘 이유도 방폐장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것을 우려한 일부 의원이 반대 의견을 전한 탓이다.

산자위 한 의원은 "(사용 후 핵연료가) 지금 완전히 포화 상태라 고준위 방폐장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건 있다"면서도 "지금 꼭 이걸 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면 추가적인 법 제정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가 법을 제안하고,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진다면 국정과제 이행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9월에 정기국회가 시작되니깐 9월까진 여당이나 정부에서 법안 발의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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