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추행죄 폐지,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할 때”

입력 2022-06-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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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관련 국회 토론회
"성소수자 차별 표현…국회, 폐지 입법해야"
"추행죄 특성상 함정수사 불가피…반인권성·위법성 우려"
박주민·강민정·권인숙 등 "입법으로 뒷받침" 약속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와 과제'란 주제로 열린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관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증언 내용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4월 사적 공간에서 상호 합의로 이뤄진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군형법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국회가 '군형법 추행죄' 폐지로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인권센터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성소수자 군인색출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박주민·강민정·권인숙·이탄희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강태경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형법상 추행죄 규정은 특정한 성적 행위 유형을 범죄로 규정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표현하고 있다"고 폐지를 주장했다.

지난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심을 파기환송한 해당 사건은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이 2017년 초에 벌인 ‘군 동성애자 색출 수사’에서 시작했다. 중수단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임의로 성소수자 군인의 휴대전화를 빼앗는가 하면, 연락처가 저장된 지인 가운데 성소수자 군인이 누구인지 지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토론회에선 ‘성소수자 군인 색출 수사’의 반인권성·위법성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추행죄는 특성상 수사기관이 동성 간 성관계 현장을 적발하거나 당사자 자백을 받아내지 않는 이상 범죄 혐의를 구성하기 어렵다"며 "결국 수사기관의 사생활 침해와 자백 강요, 함정 수사 등 위법 수사가 아니고선 사건 개시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서윤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도 "'함정수사' 등 방법에 의존하게 되는 건 어느 정도 필연적"이라며 "강간이나 강제추행 행위에 대해선 통상적 수사방법을 이용하지만, 불분명한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색출하고 처벌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이용한다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국회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좌장을 맡은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조항 폐지를 위해서) 아직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정도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힘줘 말했다.

한 교수는 "여전히 피해를 보고, 소외당하고 배척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보다도 국회가 이 법을 없앴어야 했다"며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해서 법안이 폐지됐으면 좋겠다"며 "입법부가 교정할 수 있도록 나서야할 때"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서 강민정 의원과 권인숙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추행죄 유지가 군 기강과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경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적전, 전시·사변, 평시 중 군사훈련, 경계근무 등 상황을 상정해보더라도 동성군인들이 숙소 등 사적 공간에서 합의 하에 성적 행위를 하는 경우, 그와 같은 성행위만으로 군기가 어떻게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된다는 것인지 논리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을 거론하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수범자인 군인들은 어떤 행위가 처벌대상이고 아닌지 어렵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 위반에도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또 "공연음란죄, 군무이탈, 근무 태만 등 다른 직접적인 법률규정을 통해서도 군기 확립이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형서처벌로 규율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입법 지원을 약속하는 목소리가 뒤따랐다. 군형법 92조6 폐지안을 발의한 권인숙 의원은 축사를 통해 "이 자리를 통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또 행동에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토론회를 기반해 관련한 입법이 되도록 하반기에 힘을 모으겠다(박주민 의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한 민주당에 대한 자기 성찰하는 것도 민주당다운 길(강민정 의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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