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사무실 가니 난 제주도 간다”…스타트업계에 퍼지는 ‘워케이션’

입력 2022-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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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Work)과 휴가(Vacation) 합친 ‘워케이션’
새로운 근무 형태로 스타트업계에서 ‘부상’
자율·책임 기반으로 업무 효율 최대 높일 수 있어
“커피 대신 고개 들면 바다…직원에겐 사기 진작”

▲인덴트코퍼레이션 한 직원이 제주도 바다를 바라보고 근무하고 있다. (사진제공=인덴트코퍼레이션)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IT 스타트업에 다니는 한 직원이 출근을 위해 공항으로 갔다. 그는 출근 시간에 맞춰 상사에게 출근 보고를 하는 것이 아닌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발급했다. 남들 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시간에 제주도로 떠난 것이다. 20일간 제주도서 근무 계획을 잡은 그는 “제주도 사무실에서 일하면 자연 속에서 하는 만큼, 답답한 기분이 들지 않아 좋다”며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쉴 때도 확실하게 쉴 수 있어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엔데믹을 맞아 2년여 지속한 재택근무 체제에서 다시 사무실 근무로 돌아가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들은 사무실이 아닌 휴양지로 떠나고 있다. 제주, 강원, 부산 등 휴양지에 근무 공간을 마련해 업무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일과 휴가의 합성어)’이 스타트업계에선 새로운 근무 형태로 부상 중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이 근무지의 경계를 지우는 새로운 복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자유로운 출·퇴근, 거점 오피스 확대, 워케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워케이션은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며 스케일업 속도를 올릴 수 있는 근무 체제로 꼽힌다.

▲인공지능(AI) 기반 동영상 후기 서비스 ‘브이리뷰’를 운영하는 인덴트코퍼레이션의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제주 힐링 오피스’. (사진제공=인덴트코퍼레이션)

인공지능(AI) 기반 동영상 후기 서비스 ‘브이리뷰’를 운영하는 인덴트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 제주도에 워케이션 전용 사무실을 마련했다. 사무실은 제주도 내 유명 관광지인 협재와 애월 근처에 자리 잡았으며, 이름은 ‘제주 힐링 오피스’로 지었다. 임직원들에게 최상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과 사기를 북돋우려고 마련됐다.

제주 오피스를 이용하고 싶은 직원들은 사전에 방의 종류와 기간을 신청 후 편하게 머물면 된다. 1층은 업무를 할 수 있는 공용 공간, 2층은 직원들이 제주에 머무르며 지낼 수 있는 개인 방과 게스트룸으로 조성됐다. 특히, 게스트룸은 가족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업무가 끝나면 함께 여행과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인덴트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사무실이나 집에서 일할 때는 ‘리프레시’를 위해 잠시 커피 한잔하는 게 전부였다”며 “고개만 들면 바다가 보이는 환경에서 업무를 하다 보니 잘 안 풀리는 문제가 있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등 많은 분이 만족하고 있다”고 워케이션 취지를 설명했다.

업무와 힐링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 직원들의 반응은 뜨겁다. 워케이션을 경험한 한 직원은 “팀 전원이 제주 힐링 오피스로 이동해 몇 주간 머무르며 서비스를 개발하고 올라온 적이 있다”며 “사고의 전환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때에 워케이션이 큰 역할을 해줬으며,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덴트코퍼레이션의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제주 힐링 오피스’에서 직원들이 워케이션 근무 중이다. (사진제공=인덴트코퍼레이션)

빅데이터 마케팅 기업 스토어링크도 임직원들이 자율과 책임에 따라 본질적인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난해 제주도에 2층 단독주택 두 채를 계약했다. 직원들을 위한 근무 장소로 제공하는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유롭게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업무 효율도 함께 증대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세금신고 및 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5월)이 끝난 이달(6월)부터 전사 공식 워케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특정 사무실을 계약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어디든 자유롭게 근무지가 될 수 있게 지원금을 지급한다. 6월부터 3개월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리프레쉬먼트 지원금 ‘303만 원’을 함께 지원한다.

워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에게 근무 규제를 푼 스타트업들은 눈에 띌만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에게는 복지 차원에서 사기를 높이고, 회사에는 관련 매출이 늘어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워케이션은 직원들의 번아웃을 방지하고, 자유롭고 유연한 문화를 통해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며 “업계에선 하나의 필수 근무 체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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