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두나무 대표, "디지털자산 활성화 위해 지적인 나태에서 벗어나야"

입력 2022-06-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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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다단계 사기꾼들은 다 이쪽 시장에 몰려있는데요. (업비트에서는 거래지원 관련) 사기 제보를 받거든요. 기가 막힌 사례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다 사기꾼이냐. 그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저희도 버티고 미래를 보고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장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가장 해야할 일, 옥석을 가려주는 일입니다. 잘하는 곳과 못하는 곳을 구분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그게 제대로 안 됐던 것 같아요 4년 동안. 명확한 기준을 세워줬으면 좋겠습니다."

▲safe harbor에 대해 발표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의 모습 (박소은 기자 gogumee@)

이석우<사진> 두나무 대표는 10일 2022 춘계 한국 블록체인 학술대회에서 진행한 패널토론 중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새정부의 디지털자산 산업 발전 방향을 주제로 개최됐고, 이 대표는 '메타버스 경제, 디지털 자산시대가 열린다-한국의 선택은?' 기조강연과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기조 강연의 포문을 "지난 정부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5년을 보냈다"라며 "새로운 정부 역시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단계가 아닌가 싶다"라고 열었다.

이어 'programmable future(프로그램 가능한 미래)'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들이 코딩을 통해 조절 가능한, 보상 시스템이 갖춰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구상에서다. 작년에는 NFT(Non-fungible Tokenㆍ대체불가능 토큰)가 화두였다면, 최근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ㆍ탈중앙화 자율조직)를 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이 대표는 "조직을 생각하면 항상 중앙화된 조직만 생각하는데, 코딩을 통해 설계만 제대로 해놓고 보안 관점에서 잘 대비한다면 조직이 탈중앙화된 형태로 구성이 가능하다"라며 "예컨대 신문사라면 사장님 발행인 편집인이 없고 코드로 돌아가고, 자격을 가진 사람이 글을 써서 올리면 보상설계 시스템이 돌아가서 코인을 통해 구독한 사람들이 투자를 하는 이런 세상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의 디지털 자산 정책과 관련한 대응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일단 인재들이 없어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3개월 학원 다닌 개발자들이 아니고, 창의적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 얼마 안 된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한민국 컴공과 다 합해서도 얼마 안 되고, 잘하는 개발자는 입도선매식으로 구글에서 연봉 세 배 네 배 주면서 다 뽑아간다"라고 토로했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표방한 만큼, 민간 자율에 맡겨달라 주문하기도 했다. 일례로 세이프하버(Safe Harbor) 룰을 꼽기도 했다. 불확실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 업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은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고 금융위에 물어봐도 (입장이 없으니 업계가) 알아서 하는 건데 하다가 잘못되면 또 저희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가상자산 기본법에 (세이프하버 룰이) 포함이 됐으면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에 가상자산의 정의가 지나치게 협소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증권형 코인 △유틸리티 코인 △플랫폼 코인 △스테이블 코인 등 다양한 성격과 쓰임을 가진 코인들이 출현하고 있는데 현행법이 이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 (특금법상) 뭉뚱그려서 가상자산이라고 이상한 정의를 해놓는 건 그야말로 지적인 나태"라고 지적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가 제안한 새정부 디지털자산 정책 방향 (박소은 기자 gogumee@)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자산 혁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디지털 자산 업계 자율규제 확대 △정부규제 합리화 및 점진적 시행을 축으로 시장 육성과 소비자 보호의 균형을 맞춰 나가야한다는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주요 선진국의 경우 겉으로는 막 구두개입 하듯이 세게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래산업의 육성 기회를 놓치면 안되니 최소한의 입법만 하고 자율규제 쪽으로 가고 있다"라며 "거래소라든지 담당하는 주체들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투명한 조치를 하면서 스스로 열심히 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디지털 자산 시장은) 크로스보더라고 해서 전세계에서 움직임이 일어나기 때문에, 국내거래소만 규제하고 다른 곳에서 안하면 정말 더 큰 문제가 생긴다"라며 "정부 정책을 폄에 있어서는 적어도 메이저 국가들과 공조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또한 "스테이블 코인, P2E(Play to Earn) 등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사실 인식하고 있었다"라며 "(해당 서비스들을 허용하는) 나라들에서 여러 가지 장점 단점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그걸 보고 우리가 정책을 세워도 늦진 않겠다"라고 첨언했다.

이어 "만약에 부작용이 크다면 막아야만 하는, 정부 차원에서 대처를 해야만 하는. 이것도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하는 그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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