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값이 수억 원 하락 거래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12주 만에 상승세를 멈췄고, 송파구는 3주 연속 집값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부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장 장기화를 예견한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서울 양천구 목동 ‘하이페리온2’ 전용면적 155㎡형은 지난달 3일 24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4월 25일 27억7000만 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새 3억4000만 원 하락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위버폴리스’ 전용 104㎡형은 지난달 13일 8억6000만 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10월 같은 평형이 10억95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된 것에 비해 2억3500만 원 떨어졌다.
서울 외곽 지역 집값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 떨어졌다. 성북구는 0.03% 하락하며, 올해 1월 첫 주 이후 2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서구(-0.02%), 노원구(-0.03%), 관악구(-0.01%), 금천구(-0.01%) 등에서는 4주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이번 주 보합을 기록하며, 2월 첫 주 이후 3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강동구는 한 달째 보합세다. 송파구는 전주보다 0.01% 내리며 3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달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시행되면서 매물은 쌓이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 크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다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매물을 수억 원씩 내려 급매로 내놓은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9일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2818건으로, 한 달 전(5월 9일) 5만5509건에 비해 13.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서구 17.66% △노원구 16.09% △구로구 15.41% △관악구 15.38% 등의 서울 외곽 지역은 매물 증가 폭이 15%를 웃돌았다. 반면 지난해 월평균 3500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 1088건 △2월 815건 △3월 1436건 △4월 1745건 수준에 그쳤다.
금리 인상도 집값 하락에 영향 미쳤다. 집값 고점 인식과 더불어 원리금 상환 부담에 수요자들이 선뜻 집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까지 올리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를 넘어 7~8% 바라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코로나 이후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를 바탕으로 집값이 오른 지역들은 유동성 축소 단계에서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며 “서민주택이나 저가주택,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확대됐을 때 대출을 활용해서 살 수 있었던 서울 외곽 지역들은 1기 신도시 재개발 수준의 큰 호재가 있지 않은 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