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로봇, 현재가 된 미래

입력 2022-06-08 08:45수정 2022-06-0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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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필자는 태권브이, 마징가제트 등에 열광하던 로봇 만화 세대이고, 21세기에는 로봇이 만연할 것이라 상상했다. 비록 태권브이 같은 초대형 2족 보행 로봇은 요원하지만, 로봇 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앞으로 로봇 산업이 고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로봇은 외부 환경을 스스로 지각하고, 상황을 인지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 장치이다. 3대 구성 요소로서 외부 환경을 모니터하고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 변화에 대한 반응 방식을 결정하는 프로세서, 결정한 반응 방식을 기반으로 주변 환경에 변화를 일으키는 작동체를 갖춰야 한다.

사용 용도에 따라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구분된다. 서비스 로봇은 다시 의료, 물류, 국방, 농업 중심의 전문 서비스 로봇과 가사, 교육, 취미 중심의 개인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글로벌 로봇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15~20% 성장할 전망이다. 산업용 로봇이 주류이지만, 서비스 로봇이 고성장을 이끌 것이고, 당분간 전문 서비스 로봇의 성장성이 우월하지만, 향후 개인 서비스 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커머스(e-Commerce)의 확산, 인구 고령화 및 노동 인구 부족, 스마트팩토리 보급,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인접 기술의 발전 등이 로봇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서비스 로봇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충분한 시장 잠재력을 입증했다. 향후 가정용 시장이 가장 커질 전망이다. 전문 서비스 로봇은 양적인 면에서 물류용이 최대 수요처이다. 아마존의 물류 창고에는 2020년 기준 20만 대의 로봇이 배치돼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이동식 물류 로봇이 AGV(무인운반차)와 AMR(자율이동로봇)이다. AGV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데 비해, AMR은 자율주행이 가능해 지능형 경로 설정과 장애물 회피가 가능하고, 더욱 높은 성장성이 예상된다.

서비스 로봇의 주요 트렌드는 모바일 혁명, 구독형 로봇(RaaS)의 확산, 클라우드와 5G 기술의 적용 등을 꼽을 수 있다. 구독형 로봇은 로봇을 임대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유연성과 확장성, 저렴한 도입 비용 등으로 인해 구독형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중소기업들의 접근을 높이는 솔루션이 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와 전자 산업이 업종별 양대 축을 유지할 것이다. 산업용 로봇의 시장 트렌드로서 공급망의 현지화, 총소유 비용 절감, 맞춤형 제품 수요 증가 등이 부각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 중에서는 협동 로봇(코봇)의 고성장세가 돋보일 것이다. 협동 로봇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인간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인간과 독립된 공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과 대비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인공지능, 조작 제어, 자율주행, 물체 및 위치 인식, 인간과 로봇의 인터페이스, 센서 및 액추에이터 기술 등이 로봇의 핵심 기술이다.

일본과 유럽 기업들이 산업용 로봇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면, 한국 기업들은 도입기인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량에서 세계 4위이고, 산업용 로봇의 밀도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새 정부는 세계 3대 로봇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이 로봇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대부분의 IT 세트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함에 따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절박함에서 비롯한다. 그런가 하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이 총결집된 분야라는 점에서 실기하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가진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카메라, 모터, 배터리 등 로봇의 핵심 부품에서 글로벌 선두권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5G 통신망, 공장 자동화 등 인프라가 앞서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컴패니언 로봇과 웨어러블 로봇 중심으로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고,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비유기적 도약을 시도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LG전자는 B2B 고객 대상으로 배송, 안내, 살균 위주의 전문 서비스 로봇을 집중 육성하고자 하고, 산업용 로봇은 자회사인 로보스타를 통해 사업화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차량 제조에 기반한 제어 역량과 인공지능을 융합해 사업 영역을 메타 모빌리티(사물 이동성)로 넓혀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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