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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10대 그룹 1000조 투자 발표에도 시큰둥한 증시

입력 2022-06-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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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첫 문장이다. 자유와 시장경제를 강조한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많은 기업은 물론 주식시장에서도 많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윤 대통령의 자유와 시장경제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 일이 벌어졌다.

10대 그룹이 동시다발적으로 1000조 원대 투자 계획과 40만여 명의 신규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2026년까지 450조 원(국내 360조 원), 현대기아차, 한화, 롯데가 투자계획을 내놓았고, 이틀 뒤 SK, LG,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이 동시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이나 언급한 윤석열 정부에서 과거에도 흔히 볼 수 있던 동시다발적인 대기업 투자와 고용 계획 발표는 반복된 것이다.

특히 이번 대기업 투자 발표는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에게도 큰 반향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10대 그룹 투자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그룹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계획은 어느 회사가, 어디에, 무엇을 위한, 얼마를 투자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반면 국내 투자의 경우 깜깜이 투자 발표다.

경제개혁연대는 “11개 대기업집단의 투자 발표는 향후 4∼5년간 그룹의 전략적 투자계획을 담고 있지만 어떤 계열사를 통해서 어느 수준의 금액을 투자할지 등 정작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둘째, 투자 규모가 대기업들이 평소 하던 규모에서 실질적으로는 별로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의 경우 45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난 5년 동안에도 330조 원을 투자했다. 지난 5년보다 투자금액이 30%대로 늘었다고 하지만, 그 사이 토지, 건축자재, 인건비 등등 물가상승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10대그룹이 내놓은 신규 채용 목표는 5년간 총 40만여 명에 이른다. 10대 그룹의 현재 고용인원이 100만 명 가량 되는 상황에서 40%를 늘리겠다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 삼성그룹의 경우 11만여 명인데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했다. 신규 투자는 물가상승률을 따지면 실질 투자는 많이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70% 늘린다면 생산성은 급격히 악화하고,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으로 악재다. 이게 아니라면 기존 11만 명의 직원을 대량 해고하고, 신규 채용을 8만 명 한다는 건가. 결국 뜬구름 잡는 듯한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이라는 것이다.

자유를 35번 외친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에서 경제적 자유의 본질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는 소득을 어디에 얼마나 사용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이다. 둘째는 소유한 물적ㆍ인적 자원을 자신의 가치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자유다. 셋째는 자산을 소유할 수 있는 자유로, 사유재산권을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

대기업들이 서로 입을 맞춘 듯이 같은 날 동시에 투자와 고용 발표를 한 것을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자 대기업들이 같은 날 동시에 투자와 고용 발표를 하게 만든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은 자유와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기업을 병풍 아닌 파트너로 인정하겠다고 강조하는 윤 대통령을 하루아침에 대기업을 일렬로 세우는 듯한 대통령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프리드먼은 정부가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가 늘어나면 경제가 번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서 이번 대기업 동시다발 투자 발표를 끌어낸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윤 대통령의 인생 책 선택할 자유를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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