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음원 P2P’에서 증시퇴출까지…음악 소비 형태ㆍ내홍에 무너진 소리바다 20년

입력 2022-06-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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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플레이어 대중화에 국내 최대 음원 P2P로 우뚝
저작권법 침해 논란 시달리며 다운로드 서비스 중지
멜론ㆍ지니 등 경쟁자에 밀리며 존재감 옅어져
잦은 최대주주 변화로 사업 동력 상실하며 수익성 악화

소리바다가 연이은 감사의견 거절로 증시에서 퇴출됐다. '국내 최대 P2P(Peer to Peer, 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어 파일을 공유하는 것) 음원 사이트' 타이틀을 가진 소리바다의 몰락은 시대 변화에 따른 결과로 평가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1일 소리바다에 대해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상장폐지 사유는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이다.

앞서 이 회사는 2020사업연도 재무제표 감사의견 거절로 올해 4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 받았다. 이 가운데 올해 3월 2021사업연도 재무제표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거래소는 2020사업연도 감사의견 상장폐지사유와 병합해 심의ㆍ의결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소리바다의 주권은 오는 3일부터 14일까지 7거래일 동안 정리매매가 이뤄지고, 15일 상장폐지된다. 이로써 소리바다는 2006년 바이오메디아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한 지 16년 만에 증시에서 퇴출됐다.

소리바다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음악 소비 형태의 변화로 분석된다. 1998년 탄생한 소리바다는 MP3 플레이어 대중화에 힘입어 급격히 성장했다. 당시 MP3 파일 다운의 90% 이상은 소리바다를 통해 이뤄졌다.

2000년대 이후 본격화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소리바다엔 악재로 작용했다. 소리바다의 P2P 방식이 저작권법 침해 논란에 수년간 시달렸고, 소리바다는 법원으로부터 이에 따른 서비스 중지 명령을 받을 때마다 새로운 버전의 서비스를 내놓으며 임시방편으로 삼았다.

이는 미봉책으로 끝났고, 소리바다는 2007년 다운로드 서비스를 중지하고 스트리밍 업체로 전환했다. 고유의 경쟁력을 잃어버린 소리바다는 유튜브, 멜론, 지니, 네이버뮤직 등에 밀려 존재감을 잃었다. 소리바다의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은 4.2%에 그쳤다.

최대주주가 수차례 교체되며 내홍이 계속된 점도 정상화를 불가능하게 만든 원인이다. 2016년 창업자 양정환, 양일환 형제가 중국 자본(ISPC)에 회사를 넘긴 해 제이메이슨이 유상증자 방식으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2020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간 최대주주는 △중부코퍼레이션(현 중앙컴퍼니) △에이에스피컴퍼니외 1 △중앙컴퍼니 △김효준 △소리바다인터내셔널 외 1의 순서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제이메이슨과 중앙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고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7월 중앙컴퍼니가 잔여 지분을 매각하며 분쟁은 일단락됐으나, 이 기간 회사는 사실상 사업 동력을 잃었다. 소리바다는 2020년 94억 원, 2021년 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며 문화ㆍ콘텐츠 플랫폼 사업에 집중해 재도약하겠다는 소리바다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소리바다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면서 음원 사업의 한계를 절감하고 문화, 콘텐츠 사업으로의 변화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리매매를 앞둔 주주들은 체념에 가까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투자자는 "차라리 빠른 퇴출이 필요하다. 주식 시장에서 사라지는 게 더 이상 피해보는 투자자를 안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투자자는 "만년 적자 기업, 추억의 소리바다에 작별을 고한다"고 했다.

한편, 소리바다는 지난달 12일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이 회사는 앞서 4월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관할법원은 서울회생법원이다.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 주식 또는 출자지분 신고기간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9일까지다.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 조사기간은 이달 10일부터 23일까지다. 거래소는 "회생계획안 제출기간은 올해 8월 11일까지로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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