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세종대 대우교수, 정치학 전공)
“대만 유사시 미국은 군사개입을 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동의하지만 대만 지역을 무력으로 빼앗으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대만에 대한 군사적 관여를 분명히 하지 않았던 현재까지의 미국정책이 전환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 문제다. 어떠한 나라에도 내정 간섭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규슈 후쿠오카시의 대만 영사관에 해당되는 후쿠오카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판사처의 천밍쥔(陳明軍) 처장이 TV서일본과의 인터뷰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더 명확해진 것 같다. 중국은 대만의 국제관계뿐만이 아니라 말하자면 지방의 시·구·동·면 수준까지 간섭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중국뿐이다. 대만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서 세계시장에서 92%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반도체가 끊기거나 적에게 넘어간다면 일본의 자동차, 카메라, TV도 만들 수 없게 되어 모두 멈춰 버린다. 대만은 일본의 대중국 군사 방위선의 중추에 있다. 대만이 잡힌다면 일본의 천연가스, 석유 등 모두 멈출 가능성이 있다. 즉 대만 유사시란 일본 유사시인 셈이다. 대만 유사시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유사시 군사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은 5월 29일 “확신범적으로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오노데라 안보조사회장은 이번 바이든의 발언에 대해 “중국 측에도 대만 측에도 제대로 전달되는 메시지”라며 ‘확신범적’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발언 배경에 대해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 측 태도를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처음부터 미군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해 버려서 잘못된 메시지가 러시아 측에 전달되었기 때문에 이번엔 미국의 억제전략을 미리 밝힌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일본 방문 시의 주제는 ‘탈중국’과 ‘중국 포위망’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집약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 2박 3일 체류하면서 12개국 정상 및 각료들과 차례로 회의를 가졌다. 이어 23일 미국 주도의 경제권 구상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발족을 표명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탈로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경제적 존재감이 희미해졌지만 IPEF 창설로 미국이 아시아에 복귀했음을 선언한 것이다.
미국의 목적은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단계적 ‘탈중국’에 있다.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중국의 거대 시장을 제외한다는 것은 현실적 선택지가 아니지만 미국과 연계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 IPEF 창설의 미국 측 속내다. 한국도 이에 참가 의사를 표명했고 태국, 인도네시아 등 13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하나의 주제인 ‘중국 포위망’으로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되는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더해 남중국해에서 군사 거점화의 움직임을 계속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면서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경계·감시를 강화해 정보를 공유하는 ‘해양 상황 파악 시스템(IPMDA)’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애초부터 이 IPMDA를 쿼드의 핵심요소로 자리매김하면서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수집한 데이터는 기밀로 취급하지 않고 일부 공개하기 때문에 참가국 중에는 적대국 측에 정보를 보여주는 셈이 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회의 진전이 잘 안 됐다. 그러나 미국 측에서 정보 일부 공개 필요성을 참가국들에 설득해 최종적으로 미국 측 방침으로 정해졌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IPMDA는 인공위성과 드론 등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집약해 의심이 가는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탐지한다. 공식적으로는 불법어업 등을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연히 대만해협 주변의 군사적 움직임도 감사 대상이다. IPMDA는 향후 5년에 걸쳐 구축될 계획이라고 한다.
쿼드 회의 공동 성명에서는 ‘중국’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의 룰에 근거하는 해양 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항한다’라고 명기되었다. 해양의 군사 거점화를 추진하는 중국에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는 내용이 발표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는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관한 기밀정보가 전례 없는 속도로 공개되었다. 전문가들은 “IPMDA가 이러한 정보전을 바다에서 전개하는 데 플랫폼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는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공개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외유의 끝맺음,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투고했다.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며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정되는 장래 위기에 대비해 동맹국 일본에 대한 강한 기대를 표시한 것이다. 한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참여의 형태를 생각해 나가야 한다. 동맹국이 요구하는 것이 자국의 국익과 국민들의 생명권, 재산권에 맞는 것인지, 아니면 대치되는 것인지를 선택하는 권리는 동맹국이 아니라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