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지도자 선의에 의지하는 협치는 실패…새 헌법 만들자"

입력 2022-05-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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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퇴임 기자회견 열어
"다당제 전제로 한 선거제도 갖춰야"
"검수완박, 의회정치 모범…일방적으로 뒤집혀 아쉬워"
"86세대 용퇴론, 대선 패배에 대한 자기성찰 분출하는 것"
"팬덤 정치, 바람직하지 않아"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퇴임을 3일 앞둔 박병석 국회의장은 26일 "이념과 지역, 세대, 성별로 갈라진 국민 분열의 적대적 정치를 청산하자"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을 향해 "자기 편의 박수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돌아보자"며 "침묵하는 다수, 합리적인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기 동안 대화와 타협, 민생, 미래비전을 우선시했다고 회상하며 "이런 노력과 원칙에도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엄존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우리 정치의 갈등과 대립의 깊은 뿌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것을 갖는 선거제도에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다당제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도자의 선의에만 의지하는 협치는 성공한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화와 협치를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새 헌법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대화와 타협에서 아쉬웠던 사례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을 꼽았다.

'검찰개혁법'이라는 단어를 쓴 박 의장은 "중재안은 정치권 거의 모든 단위의 동의와 공감대를 거친 아주 높은 수준의 합의였다. 국민투표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단계의 합의라고 할 수 있다"며 "의회정치의 모범을 보였지만 일방적으로 뒤집혔다. 참으로 아쉽다"고 탄식했다.

본회의 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길을 막은 것에 대해 "의장의 회의 진행을 위한 통로를 막는 것은 명백한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며 "제가 의원들과 (신체적으로) 접촉한 것이 없다. 어떻게 의장이 여성 의원들을 발로 차고 지르밟고 가느냐"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에 대해 "위법은 아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며 "분명한 것은 여야가 합의한 것은 대국민 약속이었다. 합의문과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옳았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내 화두인 86세대(80년대 학번ㆍ60년대생) 용퇴론에 대해서는 "대선에서 0.7%포인트 차이 석패지만 패배는 패배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는 상태에서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이 소홀했다"며 "그러한 자기성찰이 분출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팬덤 정치'에 대해서도 "지금 우리 정치는 자기편에 의한 정치다.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대선 때에도 상대방을 흠집 내 누가 더 흠이 많은가 비난하게 한 것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후반기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서는 "후반기 원 구성도 합의했던 내용"이라며 "검찰개혁법도 일방에 의해 부정당하면서 여야 간 신뢰가 깨졌다. 깨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세종의사당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사당이 세종시로 옮겨가면서 대통령 집무실도 옮겨가리라 생각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과의 의장단 만찬 과정에서도 말씀을 나눴다"고 전했다.

박 의장은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전당대회 출마는 생각해본 적 없다"며 "국회의장 출신으로서의 행보는 대단히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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