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렌즈] 스테이블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왜 문제가 되나

입력 2022-05-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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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플랫폼 테라의 루나 코인 폭락으로 법정화폐 가치와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1달러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위해 실제 화폐 1달러를 준비하면 된다. 그런데 이 단순한 원리가 실현되지 않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테더재단 홈페이지
사용 편의성이 스테이블코인 만들어

굳이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대게 블록체인 플랫폼에선 자체 코인을 발행해 유통하고 쓰인다. 이더리움이란 블록체인 플랫폼에선 이더(Ether)가 거래할 때 가치 기준으로 쓰이며 전송할 때 수수료,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투표 등에 사용된다. 이를 네이티브코인(Native Coin·시스템에 쓰이는 기본코인)이라고 하는데, 지난달 이더리움 플랫폼에서 발행된 대체불가토큰(NFT) ‘지루한 원숭이의 요트클럽(BAYC)’ 9285번 작품은 120이더(ETH)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에선 이더만을 교환수단으로 쓴다. 그런데 사람들은 달러나 원화와 동일한 가치를 가진 코인을 원한다.

시시각각 가격이 변하는 코인보다 가치가 보전되는 자산을 원하고, 그래서 나온 게 스테이블코인이다. 은행에 있는 예금을 이더리움에서 바로 쓸 수 없으니, 누군가가 고객의 예금만큼 스테이블코인을 이더리움 플랫폼에 발행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게 나온 게 ‘테더(Tether)’라는 코인이었다. 이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테더재단은 1달러의 예금을 수신하면 1USDT를 발행해 사용자를 끌어들였다.

▲1USDT는 13일 준비금 부족 의혹에 0.97달러까지 떨어졌다.(코인마켓캡 캡처)

고객 돈 잘 있나…잦아들지 않는 의심

1달러의 예금을 수신하고 1USDT(테더)만 발행하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누군가 원숭이 그림의 NFT를 팔아 생긴 100USDT를 테더재단에 달러로 환전해달라고 하면 100달러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더재단은 이런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급을 보증하겠다고 한다. 달러 예치금을 100% 보유하지 않고 회사채 외 국채, 기업어음 등을 사서 대략 예치금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하겠다는 의도다.

테더재단의 1분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어음 보유량은 199억 달러로 전 분기(242억 달러) 대비 17% 감소했고, 머니마켓펀드(MMF) 및 미 국채 보유량은 전분기보다 13% 늘어난 392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결 총자산은 824억 달러로 부채를 상회하며, 담보 대출은 10억 달러 감소했다.

고객 돈으로 자산을 굴리고 있는 것인데, 테더재단은 고객 예치금보다 많은 자산이 있다고 강조한다. 채권이 안전자산에 속한다고 하지만, 가치 급락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기업 어음도 마찬가지로 완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더 보수적으로 자금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고 해도 늘 위험은 뒤따른다. 테더가 발행한 코인의 가치는 94조 231억 원(20일 오전 9시 기준)에 이른다.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도 문제다. 100조 원에 육박하는 자산인데도 신뢰할 만한 회계법인이 아닌 케이맨제도에 등록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점은 의혹을 증폭시켰다. 케이맨제도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알려져 있다.

테더의 준비금이 부족할 것이란 불안감에 이달 13일 1USDT의 가치는 0.97달러까지 떨어졌다. 하루 만에 0.99달러 선까지 회복했으나 아직 1달러 이상으로 거래된 적은 없다.

▲써클 홈페이지의 USDC 소개

대안은 CBDC

테더의 불안으로 급부상한 스테이블코인이 USD코인(USDC)이다. 미국 기업 써클과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가 협업했고, 회계감사는 시카고 소재 대형 회계법인 그랜트 손톤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39억 달러(약 5조 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은 527억 달러(약 62조 원)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비교적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 사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써클은 USDC가 현금과 미 국채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뱅크런이 발생하면 자산 처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기대하는 가치보다 낮게 매각해야 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발행한 만큼 현금을 보유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면에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통화(CBDC)가 해결책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했기 때문에 달러 가치와 완벽하게 연동되고, 발행기업의 신뢰성이 문제 될 것도 없다. 다만 CBDC를 특정 플랫폼으로 이전할 때 중개자를 믿을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중앙은행이 이를 지원하면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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