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보다 싼 두부, 연료보다 싼 전기…전력그룹사 자산매각 등 대안 미봉책

입력 2022-05-18 16:00수정 2022-05-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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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해결책은 원가형연료비 연동제의 제대로 된 작동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력량계 모습. (뉴시스)

2018년 7월 1일 김종갑 전 한국전력사장은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며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고 적었다. 국제유가(콩)와 전기요금(두부)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콩 가격이 오르면 두부가격도 올려야 하듯, 국제유가(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올려야 한단 뜻을 내포한 것이다.

18일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등 전력그룹사 사장단이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긴급히 개최했다.

심각한 적자에 빠진 한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회의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전력판매량 증가 등으로 매출액이 1조 3729억 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7조 786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이 9.1%(1조 3729억원) 증가했지만, 전기생산을 위한 연료비 등 영업비용이 67.0%(9조 7254억원) 증가하며 영업이익 적자를 봤다. 국제유가 등 연료비가 크게 올랐지만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해서다.

(자료=한국전력)

콩 값이 올랐지만 두부 값을 올리지 못해 팔수록 적자 구조적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원가형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2, 3분기 올해 1, 2분기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배럴당 국제유가는△2020년 두바이 42.29달러, 서부산텍사스유(WTI)39.34달러 △2021년 두바이 69.41달러, WTI 68.11달러 △2022년 두바이 98.65달러, WTI 97.96달러로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두부보다 콩이 비싼 상황이다.

이날 비대위에선 출자지분 매각 8000억 원, 부동산 매각 7000억 원, 해외사업구조조정 1조 9000억 원, 긴축 경영 2조 6000억 원의 방안을 도출했다. 이 같은 대안이 미봉책을 넘어 악수란 의견도 있다. 출자지분과 부동산, 해외사업 등은 안정적인 수익원인데 이를 매각하면 전력그룹의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그룹사 내부에서도 자산 매각 등 이번 자구책은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이 아니란 목소리다. 특히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근본적 방안인 전기요금 정상화는 외면하고 정상적인 정책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단 비판도 있다.

전력그룹사 관계자는 “지금 자산을 매각한 뒤 국제유가 등이 낮아져 전기요금이 떨어지면 그때 다시 매각한 자산을 살수도 없다”며 “한전기술의 경우도 탈원전 백지화로 성장이 기대되는데 매각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하나, 둘 팔고 나면 발전자회사도 파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면 결국 발전사들이 민영화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전기요금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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