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 당면과제] 전문가들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대규모화하는 것이 관건"

입력 2022-05-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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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식 타입 벗어나 연속식 공정으로 기술 전환 필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대전시 유성구 SK이노베이션 연구소를 방문해 폐플라스틱 열분해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내는 열분해유는 규모화가 관건이어서 열분해 시장이 ‘수익성 있는 시장’이 되도록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지만 풀어야할 과제들도 많다.

열분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안정적으로 활성화되기까지는 여러 가지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열분해 기술 개발이나 투자 속도가 아직 선진국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기술개발팀 담당연구원은 "선진국보다 국내 기술력은 현재 70~80%까지 따라온 수준이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연순환사회경제연구소 연구소장도 "아직 우리나라 기술력은 세계 최고 기술까지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열분해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보기엔 어렵고, 특히 우리나라는 기술개발 투자나 속도의 관점으로 보면 현저히 뒤처져 있다"고 밝혔다.

홍 연구소장은 "영세한 기업들 수준에서 연구투자나 기술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사업개발 속도가 더디고, 이로 인해 대규모 기술로 구축되지 못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 석유화학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또 외국기술을 들여오겠다는 움직임도 있어서 향후 발전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문가들은 열분해유는 '수율'이 핵심이라며 '연속식 자동화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얼마만큼의 폐플라스틱으로 어느 정도의 기름을 회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석유관리원 담당연구원은 "열분해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지금의 배치식의 형태를 빼고 연속식 공정으로 하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고 환경부와 산업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돕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소장은 "가장 먼저 효율성의 문제인데, 얼마만큼 많은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냐가 중요하다"며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연속식 자동화시스템이 구축돼야 대규모 설비로 처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0 정도를 집어넣었을 때 얼마만큼의 기름을 회수할 수 있는지, 즉 수율을 높일 수 있는지도 중요하고, 이렇게 회수한 것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 어떤 플라스틱을 태우는 게 중요한지 등 짚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기존 시장을 잡고 있던 중소기업들의 생존권이다. 대기업들의 등장으로 기존 시장을 잡고 있던 중소·영세 기업들의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로 인해 기업 간의 갈등이 생겨나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석유관리원 담당연구원은 "열분해 기술이 점차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소기업들의 현재 대응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정부가 민간이 더 참여하도록, 특히 대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유도하고 있다"며 "환경부에서는 2030년까지 90만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소장도 "기존 물질재활용 같은 경우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해줘야 하는게 맞다고 보지만, 중소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은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열분해 설비는 기본적으로 규모화가 필요하고, 설비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데, 기존 영세한 기업들의 대응만으로 우리나라 기술 발전이 따라가기에는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권 다툼에 대해서는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고, 중소기업이 지금의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며 "대기업들이 시장 진입하는 데에는 무조건적인 반대는 안 된다고 보고, 중소기업의 역할을 분담해서 협업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호 고등기술연구원 박사는 "현재 대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고 또 추구하는 시장은 만든 기름을 케미칼 원료로 사용하는 것인데, 기름을 만드는 공정을 대기업이 다하게 된다면 당연히 중소기업들의 설 자리는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일례로 15년 전에 바이오디젤이 만들어질 때 중소기업 제조사들이 꽤 있었는데, 결국 대형 정유사들이 작은 기업들을 다 사버렸고, 현재는 중소제조사들이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라면서 "마치 대기업들이 열분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일명 골목상권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경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재 중소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는 선별된 플라스틱 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환경부 자원순환국 담당 사무관은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제약을 두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현재 열분해가 연료로만 사용되는데 원료로 사용되도록 모두에게 열어두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설자리가 없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양이 많기 때문에 모든 기업들에 다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어서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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