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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원재료값만 50% 급등…라면업계, 하반기 가격인상 러시?

입력 2022-05-19 07:00수정 2022-05-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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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라면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죽을 쒔던 지난해 1분기와 달리 올해 1분기에는 가격 인상에 힘입어 너 나 할 것 없이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라면의 주 원료인 소맥분과 팜유 가격 상승세가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라면 업체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올 하반기 또 한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 작년엔 죽 쑨 라면업계, 가격인상 효과에 올 1분기 ‘好好’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심은 올 1분기 매출 7363억 원, 영업이익 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1%, 21.2% 늘었다. 지난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7%, 55.5% 떨어졌지만 1년 만에 만회한 셈이다. 농심 매출 가운데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한다.

작년 1분기 영업익이 12.3% 뒷걸음질 쳤던 오뚜기도 올해 1분기 매출은 7424억 원으로 10.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90억 원으로 17.6% 늘었다. 삼양식품도 1년 전 매출과 영업이익 신장률이 각각 -10.5%, -46.2%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4.4%, 70.7% 수직상승했다. 삼양의 면스낵 매출 비중은 전체의 99.4%에 달한다.

라면 3사의 실적 만회 배경에는 지난해 8~9월 가격 인상에 나선 점이 주효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물류비 인상과 원재료의 약 40%수준을 차지하는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오르며 라면 업계는 일제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농심은 지난해 8월 주요 라면의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 대형마트 기준 봉지당 평균 676원이던 신라면 판매 가격은 736원으로 인상됐다

오뚜기는 작년 8월 13년만에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렸다. 이어 9월 삼양라면도 4년 4개월만에 불닭볶음면 등 13개 브랜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평균 6.9% 인상했다.

◇ 작년보다 가파른 원재료 가격 오름세…하반기 라면 가격 인상 전망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올해 소맥분과 팜유 가격 상승세가 지난해보다 훨씬 가팔라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더이상 개선되지 않을 여지가 높다.

라면 업체들은 주로 북미산 소맥분과 말레이시아 팜유를 사용하는데 2020년 1분기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 소맥 선물가격은 톤당 201달러에서 지난해 1분기 238달러로 18.4% 상승했고, 같은기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팜유 현물가격은 톤당 677달러에서 980달러로 44.8% 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소맥분 가격이 333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9% 뛰었고, 팜유는 1524달러로 55.5% 올라 지난해보다 상승폭이 더 크다.

예상치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최근 주요 국가들이 식량 보호주의에 나서면서 소맥분과 팜유 가격은 한동안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세계 팜유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 관계인 말레이시아산 식용유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밀 생산국인 인도도 식량 안보 위기 대응 차원에서 밀 수출 금지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제분용으로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에서, 사료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지만, 국제 소맥 가격이 덩달아 뛰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소식이 알려진 직후 밀 선물 가격은 6% 가량 치솟으며 두 달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심 실적(단위:억원)

이에 따라 가격 인상 압박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지금처럼 곡물 가격 추세가 계속된다면 식품업체들이 올 하반기 대대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의 경우 미국 내 판매가격을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에 연이어 2차례 인상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원부재료 상승시 2~3년 연속 가공식품 물가가 상승한 만큼 곡물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식품업체들은 올 하반기에도 다시 한번 대대적인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들어 상승한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절실하다”고 봤다.

대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남은 숙제는 원부재료 가격 안정화 또는 추가 제품 가격 인상”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부자재 가격 안정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해 음식료 업종 가격 인상 랠리로 인상 주기가 비교적 짧아져 시차를 두고 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면업체들도 가격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을 인상하면서 올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상했겠나”라며 “작년에 제품 가격을 100~200원 정도밖에 올리지 못해 수익성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축분으로 3~4개월은 버티지만 이후에도 원재료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수익성 방어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면서 “올려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문제는 1년 만에 또 올리는데 대한 소비자들과의 공감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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