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연세대학교명지병원 외래교수

“올해는 우리과 경쟁률이 좀 높은데, 만약 떨어지면…. 2지망으로 정해 놓은 과는 있고?”
“형! 전 재수, 삼수 아니 백수를 해서라도 꼭 할 겁니다. 그게 아니면, 제 인생은 의미가 없어요!”
“야! 너 그런 태도로 인생을 살지 마! 그런 자세로 우리 과에 지원하는 거라면 절대 사양하겠어!”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어쨌든 그해, 운 좋게 전공의에 합격한 그는 한참 후에 선배의 뜻을 알게 되었다. 인생의 목표를 ‘명사’로 설정하면,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 그러므로 목표를 ‘동사(어떠한 행위를 하겠다)’로 유연하게 정하면, 목표 달성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
그가 ‘정신과 전문의’란 명사를 목표로 하면, 얼마나 좁은 문을 여러 차례 통과해야 하는가? 하지만 ‘마음고생을 하는 이들을 돕는 것’으로 하면 심리 상담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등 많은 직업군에서 그런 행위를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번번이 연예기획사 응시에 탈락하여 방황하는 연습생, 공무원 시험에 계속 떨어져 점점 술이 늘어가는 공시생, 다들 인생의 목표를 ‘명사’로 설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과거의 완고했던 소년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