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열고 대체육 내놓고…식품업계, ‘비건사업’ 영토 확장

입력 2022-05-23 15:06수정 2022-05-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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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 오픈 이어 농심도 ‘포리스트 키친’ 출사표

▲‘플랜튜드’ 1호점 (사진제공=풀무원)

국내 식품업체들이 ‘비건(동물성 단백질을 배제하는 채식주의)’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인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각광받는 데다, 개인의 건강과 환경, 동물 보호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채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다. 비건 브랜드를 출시해 대체육과 카레·짜장 등을 선보이는가 하면 비건 레스토랑에도 뛰어들고 있다.

특히 최근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 사이에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주 1회 채식 실천’이 화두가 될 만큼 채식 메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출간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900명 중 27.4%가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ble+Vegetarian)이라고 답변했다. 이들은 주 1회 이상, 많으면 하루 1끼 이상 육류 섭취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다.

K푸드가 각광받으면서 수출도 염두에 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47억 4100만 달러(약 5조4700억 원)에서 2023년 60억3600만 달러(약 7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마켓데이터는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도 2016년 1410만 달러(약 180억 원)에서 2025년 2260만 달러(약 290억 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 풀무원,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 오픈…농심도 ‘포리스트 키친’ 출격 대기

풀무원의 생활서비스 전문기업 풀무원푸드앤컬처는 비건표준인증원으로부터 비건 레스토랑 인증을 받아 100% 식물성 식재료로 즐길 수 있는 ‘플랜튜드(Plantude)’ 1호점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지하 1층에 오픈했다고 23일 밝혔다. ‘플랜튜드’는 식품 대기업 가운데 첫 비건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으로 총 47석 규모로 마련됐다. 비건 레스토랑 인증은 1차 원료와 식자재뿐 아니라 주방 설비와 조리도구 등 매장 내 조리환경까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심사되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인증으로 알려져 있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비거니즘(Veganism)이 확대되는 가운데 외식업계 식물성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플랜튜드’를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농심도 비건 레스토랑 출격을 대기 중이다. 농심은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6층에 40석 규모의 비건 레스토랑 ‘ Forest Kitchen(포리스트 키친)을 오픈할 예정이다. 대체육 브랜드인 '베지가든'은 농심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HMMA(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 공법을 적용했다. 현재 식물성 대체육과 너비아니, 떡갈비, 탕수육, 만두 등의 조리냉동식품과 소스, 치즈 등을 판매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채식이 인기를 얻으면서 유통업체들이 연이어 비건 식당을 열고 있다”면서도 “식당 규모가 20~40석 정도로 비건 레스토랑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기보다는 자체 비건 상품 등의 시장성을 테스트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오뚜기)

◇ 식품업체, 비건 브랜드 론칭 러시…농심·CJ 이어 오뚜기 ‘헬로베지’로 출사표

실제 최근 식품업체들은 너나할 것없이 비건 브랜드를 내놓고 채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오뚜기는 이달 초 비건 브랜드 ‘헬로베지(Hello Veggie)’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채소가득카레’, ‘채소가 짜장’을 선보였다. ‘베지(Veggie)’는 ‘채식주의자(Vegetarian)’와 ‘채소(Vegetable)’라는 뜻을 포괄하는 단어로, 비건 라이프에 기여하겠다는 오뚜기의 의지를 담았다. 이번 신제품 2종은 오뚜기 레토르트 카레·짜장 최초의 비건 인증 제품으로,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이에 앞서 농심은 지난해 초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하고,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은 물론, 조리 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제품이 30여 가지 으로 국내에서 가장 폭넓은 제품군을 취급한다. 농심 관계자는 “조만간 치킨육으로 품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해 국내와 호주, 싱가포르에 선보인 데 이어 현재 말레이시아, 필리핀, 홍콩, UAE(아랍에미리트), 멕시코, 괌, 네팔, 몽골 등 1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향후 미주와 유럽은 물론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를 선보일 예정이다.

4월에는 B2B(기업간 거래) 급식 식당 메뉴로도 제공되면서 한달간 총 12만명이 플랜테이블 만두 메뉴를 맛 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2020년 라면 브랜드를 ‘자연은 맛있다’로 재단장하고, 비건라면 정·백·홍을 출시한 풀무원은 지난해 10월 비건 만두 제품인 '얇은피 꽉찬 세모만두 두부김치’를 선보였다. 올해는 미국 대형마트 및 아시안 마켓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매장을 둔 아시안 슈퍼마켓 유통업체인 H마트에 입점해 본격적인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출시한 ‘맛있는라면 비건’ 역시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한 후 스타벅스, 웨스틴조선호텔, SK텔레콤, 아우디, 서울시와 협업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4월 마이셀과 NDA(기밀유지협약)를 체결하고 대체육 식품화 개발 및 연구를 진행하는 롯데그룹의 롯데중앙연구소는 지난 4월 팡세와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배양육 기술·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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