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동훈 후보자가 ‘차별’을 바라보는 시선은?

입력 2022-05-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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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후보자, '인권 문제' 서면 답변 뜯어보기
"차별금지법, 소수자 보호 취지 공감…여론 수렴 절차 필요"
"성소수자, 본질은 소수자 인권 문제…관련 제도는 사회적 합의 필요"
"전장연 시위, 다수가 어느 정도 불편 감수…무한정 허용은 안 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차별금지법(평등법)에 대해 입법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보편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국민 여론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선 "법 제도상 어떻게 구현하고 할 지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기존 정치권에서 논의된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구체적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공청회 계획을 채택하면서 기류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법무부 역시 구조적 차별에 대한 정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만큼 공청회나 토론회 개최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별금지법, 취지 공감…여론 수렴 절차 필요"

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한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논의 중인 차별금지법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을 묻는 국회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ㆍ국민의힘 장제원 등 의원 질의에 "헌법상 평등권을 구체화하고, 여성,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내용의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

이어 "다만, 차별금지 사유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보편적인 공감대 마련이 중요하므로 이를 위한 국민 여론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기존 정치권에서 논의된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 수렴'이 먼저라고 말했지만, 국회 내 공청회 한번 열지 못한 게 현주소다. 성별과 장애 유무,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된 뒤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입법을 요구해왔으나, 보수 종교계가 반대한다는 이유 등으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에 지난달 26일 국회 법사위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공청회 계획서를 채택했지만, 구체적 날짜도 아직 잡지 못한 상태다.

◇"법무부, 차별문제에 둔감"…한 "잘 챙겨보겠다"
그간 법무부도 구조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주민 의원은 "법무부가 우리 사회의 (모든 성별에 대한) 구조적 성차별 문제에 둔감하고 관련 정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짚으면서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이와 관련, 한 후보자는 "법무부장관에 취임하게 된다면, 성차별 문제에 관하여 법무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을 잘 챙겨보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도 "'차별금지법, 인권정책기본법 등 법무부가 인권 보호에 있어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제정이 선결되어야 할 법안들이 존재한다"며 해당 법률에 대한 한 후보자의 입장을 질의했다.

한 후보자는 "인권정책기본법이 제정되면, 인권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 및 점검·평가하고, 국제기구에 제출하는 국가보고서의 작성 및 심의 절차를 법률에 명시하는 등 실효적인 인권정책 추진체계를 마련하여 정부의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장관이 된다면, 여러 사정을 잘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성소수자, 제도 구현은 사회적 합의 필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생각을 묻는 민주당 최강욱·최기상 의원 질의에는 "본질은 '소수자 인권'의 문제"라고 답했다. 다만, "법 제도상 어떻게 구현하고 할 지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법무부장관에 취임하게 된다면 잘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한 '동성결혼제도의 법제화'(전주혜 의원), '동성애·동성혼에 대한 견해'(조수진, 양향자 의원)의 입장을 묻는 질의에도 같은 답을 제출했다.

국내 성소수자들은 법적 혼인 관계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의료·주거·직장·연금 등의 영역에서 차별을 당한다고 호소한다. 이에 지난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남녀 간 결합이 아닌 동성 커플 등 다양한 가족형태도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가 있다.

아울러 '군대 내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주장'에 대해선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자는 최근 '합의하에 이뤄진 동성 성관계는 군 형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을 거론하면서 "현재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헌법재판소 결정, 해외 입법례, 전문가 의견 및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약자 투쟁은 다수 평안 깨는 불편한 방식되기 마련…감수해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한 후보자는 '전장연 시위에 대한 생각과 불법이므로 처벌해야 하는지'를 묻는 민 의원 질의에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의 투쟁은 다수의 평안을 깨고 불편하게 하는 방식이 되기 마련이고, 그래야 들어준다는 역사적 경험도 있으므로, 누구나 그러한 소수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다수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 정도가 무한정 허용되어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으므로 법과 원칙이 준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장연 시위에 대한 배경을 공감하면서도 불법적인 행위는 인정해줄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보인다.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는 휠체어를 타고 진행하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 대신 승강장을 기어서 열차에 탑승하는 '오체투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난민과 인도적 체류 허가자에 대한 보호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체류 기간 연장의 방편으로 난민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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