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먹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식품손실 연간 20조원

입력 2022-05-09 05:00수정 2022-05-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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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쇼핑)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밀과 옥수수, 팜유 등 각종 식재료의 글로벌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가격이 치솟아 ‘밥상 물가’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먹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식품손실 역시 막대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매일 전 세계에서 8억1000만 명이 굶주리고 있지만, 세계 식량의 3분의 1은 버려지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연간 약 1조 달러(약 1250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식품 폐기 감축 등의 활동을 벌이는 ‘국제식량미래동맹’(GAFF)과 미국 비영리단체 리페드(ReFED)에 따르면 미국에선 식품의 35%(2019년 기준)가 팔리지 않거나 먹지 않아 쓰레기로 전락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4080억 달러·510조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농식품 유통 및 소비단계 폐기물 감축 방안’ 보고서에서도 세계 농식품 손실·폐기량의 56%가 북미, 오세아니아, 유럽, 한국, 일본, 중국에서 발생하며 반찬 문화가 발달한 한·중·일 3국이 그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 가정의 1인당 연간 농식품 폐기량은 71㎏으로 OECD 평균(74.7㎏)보다는 다소 낮지만 한국과 식생활 문화가 비슷한 일본(64㎏), 중국(64㎏)보다는 10% 이상 많다. 국내에 공급된 농식품 가운데 약 14%가 폐기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만 약 20조 원(2018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음식물 쓰레기는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농식품 손실·폐기에 따라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온실가스 발생량의 6~10% 수준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최근들어 글로벌 공급난으로 국내 식량 자급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식품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2015년 유엔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회원국들이 공동 달성하기로 합의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식품 폐기량 감축을 포함하기도 했다. 2030년까지 소매 및 소비자 단계에서 1인당 식품 폐기물을 2분의 1로 줄이고 식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도 감소시킨다는 목표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법안을 만드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01년 식품재활용법에 이어 2019년 식품손실감소법을 만들어 관련 부처, 지방자치단체, 기업, 소비자의 역할을 규정하고 다양한 후속 법안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팔다 남은 식품을 자선단체에 기부토록 한 식품 폐기 금지법이 2016년 제정됐고, 중국은 ‘먹방’ 콘텐츠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난다고 보고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먹방 금지법’까지 만들어졌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매장에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도입하거나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을 획득하는 등의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또한 예전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약간의 흠집이 있는 상품을 싸게 파는 ‘리퍼브’ 매장이 가구 가전 등 공산품 위주였으나 최근엔 신선식품으로 확산하면서 곳곳에서 성업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재고·리퍼브 시장 규모는 약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이 재고·리퍼브 시장을 키운데 이어 치솟는 물가 상승이 또한번 시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식품 폐기물 발생 자체를 억제하기보다는 사후 처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식품 생산과 유통, 소비 등 전 단계에서 농식품 재분배에 노력하고 소비자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등의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연아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세계적인 식량 위기와 기후 위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식품 폐기물의 사후 처리보다 예방으로 가야 하고,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중요하다”며 “지역별 집단급식소의 미배식 음식을 안전하게 관리해 기부를 활성화하면 취약계층 지원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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