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지만 연고·명분 없는 계양을, 정치적 고향이지만 대장동·안철수 맞닥뜨리는 분당갑
지난 대선에서 낙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6월 국회의원 보궐 선거 출마 시점이 임박했다. 당내에선 인천 계양구을을 추천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성남 분당구갑에 나서라며 도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고문의 계양을 보선 출마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인천 군수·구청장·광역의원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후보들은 4일 인천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시장을 당선시키고 경기·서울로 이재명 바람을 다시 일으켜 수도권 전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이 고문의 계양을 출마를 촉구했다.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민주당에 이재명만한 스타는 없다. 전국 선거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 같다”며 이 고문의 계양을 차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계양을은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출마하며 공석이 된 상태다. 이 고문이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이심송심’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밀접한 관계인 송 후보가 다져놓은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국회 입성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민주당 인천 지역구 의원들은 이날 모여 이 고문 계양을 차출에 대해 논의했다.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반대 목소리가 크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수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화제는 이 고문이 나오는지가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 다음에 (이 고문이 나오지 않는다면) 후보를 누구 할지 정한다. 이 고문과 다른 후보가 경선할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 고문 차출에 무게를 둔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고문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대선에 나섰던 만큼 분당갑에 등판해야 한다며 도발하고 있다. 분당갑은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출마하면서 비게 된 지역구로 이 고문을 둘러싼 최대 논란인 성남 대장동 공영개발 특혜 의혹의 발원지다. 이 고문을 다시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자당에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김은혜 후보는 이날 경기도당 회의실에서 교육 공약 발표 뒤 질의응답에서 “이 고문은 계양을이 아닌 대장동이 있는 분당갑 후보로 출마해 평가받는 걸 권유드린다”고 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군 이래 최대 환수 실적을 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 대장동이 포함된 분당갑을 회피하고 계양을을 선택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횡행한다”며 “본인을 키워주고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르게 한 성남시민을 버리고 경기도 내 다른 지역도 아닌 계양을에 출마하는 건 분당구민, 성남시민, 경기도민에게 어떠한 진정성도 없는 정치를 했다는 이야기”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날 국회의원 보궐선거 7곳 가운데 계양을과 분당갑을 포함해 창원 의창까지 3곳의 공천 결정을 보류했다. 이 고문을 어느 곳에 등판시킬지를 고심하는 것이다. 신현영 대변인은 국회의원 보선 공천을 결정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정을 보류한) 세 곳은 오늘 논의하지 않았다. 아직 데이터 및 의견 수렴과 의사결정 과정이 좀 더 필요하다”며 “(후보자) 본인들의 적극성과 선거 전략 등을 다 연동해 고민해야 한다. 오는 6일 비대위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은 제주을에 김한규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전략공천하고, 대구 수성을은 김용락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강원 원주갑은 원창묵 전 원주시장, 충남 보령서천은 나소열 지역위원장을 각기 공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