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뽕’에 취해 ‘KㆍKㆍK’ 만 외치더니

입력 2022-05-03 07:00수정 2022-05-0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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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옥을 의미하는 ‘헬(hell)’과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조선’을 결합해 만든 ‘헬조선’이라는 말이 판쳤다. 그러다 문재인 정권 임기가 시작된 2017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헬조선’이 하루아침에 180도 바뀌어 국가와 히로뽕(philopon)의 합성어 ‘국뽕’ 신드롬이 일었다.

‘국뽕’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돋보인 일을 했을 때 또는 역사, 군사,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 부르는 말로 사용된다. ‘국뽕’ 신드롬에 정치권도 방역부터 경제, 주식, 스포츠 등 각종 분야에 ‘K’를 앞에 붙여 홍보에 재미를 봤다. 그러나 임기 말 ‘뽕’의 환각 효과도 끝나는지 우리 앞에 초라하고, 무서운 현실이 닥쳐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K방역은 결코 폄훼될 수 없는 자랑스런 성과”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은 지난달 26일 기준 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 1700만 명으로 세계 8위다. 같은 기간 일본의 누적 확진자 수는 770만여 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인구 대비로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4~5배 더 많았다.

K스포츠도 초라한 성적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줄곧 세계 순위 5~8위권을 차지하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16위를 차지했다. 20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K경제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한국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는 대만을 완전히 따돌렸다. 2003년부터 우리나라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에서 대만을 추월했다.

‘국뽕’은 이 역시도 놓치지 않았다. 2000년대만 해도 대만이 한국과 비교했지만, 이제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서 대만이 ‘곤충’이 됐다고 무시하는 콘텐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만 스스로 대만을 구이다오(鬼島ㆍ귀도)로 불렀다. ‘귀신 섬’이라는 뜻인데 ‘저주받은 섬’이라는 의미로 우리나라에서의 ‘헬조선’과 일맥상통한다.

2022년 ‘곤충’, ‘구이다오’라고 무시하던 대만이 올해부터는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4990달러로 예상한 반면, 대만은 올해 3만6000달러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도 대만은 세계 8위로, 23위를 기록한 우리나라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전 세계인이 부러워한다는 K주식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시작된 2017년 5월 10일 코스피지수는 2292.76포인트로 시작했다. 올해 4월 말 기준 2695.05로 402.29포인트가 올랐다. 코스닥은 643.39포인트로 시작해 904.75포인트로 261.36포인트가 올랐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고 있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코스피 17.5%, 코스닥 40.6%나 올랐으니 이것이 바로 K주식의 힘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은 다르다. 미국 다우지수는 같은 기간 57.21%, 나스닥은 101%가 올랐고,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코스피 시장과 비교할 수 있는 니케이는 35%가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를 추월한 대만 가권은 67% 상승해 코스피 시장보다 4배의 상승률을 보였다. 시가총액 역시 대만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797조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시가총액(2649조 원)을 제쳤다.

이달 10일부터는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다. 새로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상황은 미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과 흡사하다. 아니, 더욱 비관적인 상황이다.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부딪혔고, 경기를 살리고 싶어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더 이상 쓸 수 있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카드도 바닥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세계 곳곳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당분간 어두운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터널을 빠져나온 뒤 다시 성장하려면 우리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정권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인기 없는 개혁도 끈질기게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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