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크로스앵글 대표 "알트코인 공시 통해 시장 건전성 제고해왔다"

입력 2022-05-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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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가상자산) 산업에도 초기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메이저 코인과 알트코인을 구분할 뿐 아니라, 레이어 1ㆍ2, P2E(Play to Earnㆍ돈 버는 게임),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등 섹터가 훨씬 분화됐다. 정보 시장에서 유의미한 데이터 값들이 생기는 만큼 거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투명한 정보의 필요성이다."

(사진제공=크로스앵글)

김준우<사진> 크로스앵글 대표는 최근 이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크로스앵글은 가상자산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Xangle)'의 운영사다. 쟁글은 코인 프로젝트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거나 의뢰받아 AAA~D등급으로 나누고,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 비트코인ㆍ이더리움뿐 아닌 알트코인 평가에 팔 걷어붙여

김 대표는 삼성증권 해외파생팀과 NXC의 벤처캐피털 NXVP 대표 등으로 근무한 바 있다. 증권사와 투자사 업무 경력이 가상자산 시장을 바라보는 가늠자가 됐다. 가상자산 시장의 투기성에 문제의식이 생겼고, 투명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렇게 가상자산 공시제도의 효시가 됐다.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8년 8월 크로스앵글을 설립할 당시 가상자산 시장은 무주공산이었다. 사기성 프로젝트가 난립했고, 가상자산 투자자를 위해 공시를 해야 한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그 누구도 요구하지 않는 투자자 보호 의무를 지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반길 리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를 받는다는 건, 권리적 속성과 혜택을 가져가기도 하지만 지켜야 할 의무 또한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가상자산의 어떤 부분을 보고 투자를 해야 하는지, 합의점이 업계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자연스레 알트코인 평가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대부분의 투자자 피해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보장된 비트코인, 이더리움 투자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대개 스캠코인으로 분류되던 알트코인, 속칭 '김치코인' 투자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깜깜이 투자를 진행해야 했다.

김 대표는 "코인 프로젝트 팀에서 밝히지 않으면 알지 못했을 정보가 많아 투자자 피해가 가장 많이 생기고 정보 비대칭이 가장 큰 영역이 알트코인 쪽이었다"라며 "당시에는 스캠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공시 정보가 많아지고 데이터도 쌓여 스캠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 가상자산 평가 기준 수립…온체인 데이터까지 샅샅이 훑어

알트코인을 평가할 필요성은 분명했지만,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렇게 김 대표는 주식 공시제도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의 다트(DART), 미국의 에드가(EDGAR), 유럽 에스마(ESMR) 등 각 국가의 공시제도를 모두 살펴보고 산업에 맞는 특성들을 뽑아냈다. 주식 공시가 대개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가상자산 분야는 초창기 기업인 점들을 고려해야 했다.

김 대표는 "가상자산은 국경이 없고 테크 기반인 만큼 주식 공시기준에서 커버가 안되는 요소들이 많다"라며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온체인 정보와 기업이 다루는 재무 요소 등에 대한 오프체인 정보를 두루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온체인 환경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는 노하우 또한 전했다. 메인넷별로 데이터들이 달라 유의미한 트랜잭션 데이터를 뽑아내기 쉽지 않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바이낸스 등 각기 다른 메인넷을 살필 데이터 인프라가 필요하다.

각 코인 프로젝트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요구된다. 잘 만들어진 데이터 아키텍처나 비즈니스 모델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코인 프로젝트가 지급결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실제 결제에 대한 트랜잭션이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NFT(Non-Fungible Tokenㆍ대체불가능토큰)에 치중하고 있다면 실제로 민팅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레이어1에 초점을 맞췄다면 가스비가 얼마나 낮은지를 살피는 식이다.

김 대표는 "어려운 데이터들을 얼마나 잘 프로세싱해서 보여줄 수 있는지, 시장에 대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배경을 전했다.

◇ 가상자산 시장 건전성 체감, 민간 역할 지속해서 고민할 것

늘어난 쟁글의 트래픽이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을 대변한다며 변화를 체감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11월 쟁글의 트래픽은 다트(DART)의 트래픽을 상회했다. 유니크 유저(유저수 기준 카운트, 한 유저가 여러 번 방문해도 '1'로 집계) 기준 70만~80만 명이, 구글 방문자 수 기준으로 200만~250만 뷰가 발생했다.

김 대표는 "크립토(가상자산)에서도 펀더멘탈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라며 "정보 영역과 시장이 함께 성숙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가상자산 산업의 특징을 고려해 민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겠다 밝히기도 했다. 시장의 혼란을 고려하면 정부가 특정 가상자산에 대해 등급을 부여해 평가를 진행할 순 없다는 것이다. 행정과 법률의 변화보다 빠르게 변모하는 시장의 특성 또한 어려움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디파이를 규율하기 위해 시행세칙을 입법한다고 해도, 몇 개월 사이 투자 환경이 계속 변하기 떄문에 법률을 계속 수정할 순 없다"라며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해서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그 사이에서 메꿔야하는 전문가 서비스 영역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검증의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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