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자율주행 상용화 본격화…관련 규제 시급히 개선해야”

입력 2022-04-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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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관련 법·제도 개선하는 해외 국가
반면 한국은 제도 개선 더뎌 기술 개발 방해
한경연 “자율주행 법·제도 시급히 개선해야”

▲자율주행자동차가 본격 운행을 시작한 2월 10일 서울 마포구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승객이 자율주행차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자율주행자동차(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해 우리나라의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4일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이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해 법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의 제도 개선이 더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경영컨설팅 기업 삼정KPMG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0년 71억 달러(약 8조8288억 달러)에서 2035년 1조 달러(약 1243조5000억 원)로 연평균 4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기술의 상용화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발전단계에서 레벨3은 자율주행시스템의 요청이 있을 때만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수준이다.

자율주행차 시장 확대에 발 빠르게 나선 해외...한국은 ‘글쎄’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이처럼 자율주행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주요 완성차 기업을 중심으로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사람이 타지 않고도 차가 운행하는 기술을 공개하며 완전자율주행모드(Full Self Driving, FSD)를 홍보하고 있다. 이 기술은 레벨 2.5~3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혼다는 지난해 3월 레벨3의 자율주행차 ‘레전드’를 출시했다. 혼다 레전드가 취득한 레벨3는 일본 국토교통성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율주행 형식 인증으로, 고속도로 주행과 시속 50km 이하로 일반도로에서 주행할 때와 같은 특정 조건에서만 자율주행 시스템이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해 말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승인 규정(UN-R157)을 충족하는 S클래스를 출시했다. UN-R157은 유엔 유럽경제위원회가 제정한 자동차 관련 국제 기준이다. 벤츠의 자율주행 기술인 ‘드라이브 파일럿(Drive-Pilot)’은 고속도로 특정 구간과 시속 60km 이하에서 작동한다.

반면 국내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아직 레벨3 차량을 출시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2022년 말까지 레벨3 기술로 평가받는 고속도로 자율주행(Highway Driving Pilot, HDP)을 개발해 제네시스 G90에 탑재할 예정이다. HDP는 손을 떼고도 시속 60km 수준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교차로 진·출입 시 시스템이 스스로 가·감속을 해준다.

해외보다 느린 자율주행차 관련 법·제도 개정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한경연은 세계 각국이 법·규제 정비에 속도를 내며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힘쓰지만 한국의 제도 개선은 해외보다 더디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자율주행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레벨3 차량이 실제 주행할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을 이미 구축했다.

미국은 2016년 연방 자율주행차 정책(FAVP)을 발표하고 자율주행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각 주(州)정부 법에 따라 레벨3 이상 차량의 주행을 허용한다. 독일은 2021년 레벨4 완전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해 올해 연내 상시 운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2019년 도로운송차량법을 개정, 레벨3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혼다의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의 시판을 승인했다.

반면 한국은 레벨3 자율주행 기반 마련을 위한 자율주행차 4대 영역(운전 주체, 차량장치, 운행, 인프라 등)에 대한 규제 정비를 추진했지만 아직 임시 운행만 가능한 수준이다. 한경연은 한국이 2018년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 등을 마련했으나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추가적인 법·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또 한국의 자율주행 시범서비스 주행거리와 데이터 축적 규모가 미국 등 주요국보다 부족해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무인 시범운행이 가능하고 주행하는 도로도 시범구역 내에서는 자유롭다. 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시범운행에서 보조운전자가 탑승하고 있고 주행 도로도 시범구역 내 특정 노선으로 제한돼있다. 자율주행차 숫자도 미국이 1400대 이상, 한국이 220여 대로 약 7배 차이 난다. 이로 인해 주행거리 합계도 미국 웨이모가 3200만km(2020년), 한국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이 72만km(2022년 1월)로 축적한 주행거리 데이터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한경연, “자율주행차 관련 제도 정비 시급”

이처럼 법·제도로 인해 한국의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이 더뎌지자 한경연은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국내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자율주행 모드별 운전자 주의의무 완화 △군집 주행 관련 요건 및 예외 규정 신설 △통신망에 연결된 자율주행차 통신 표준 마련 △자율주행 시스템 보안 대책 마련 △자율주행차와 비자율주행차의 혼합 운행을 위한 도로구간 표시 기준 마련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서는 △자율주행용 간소면허 신설 △운전금지 및 결격사유 신설 △구조 등 변경 인증체계 마련 △좌석 배치 등 장치 기준 개정 △원격주차 대비 주차장 안전기준 마련 등 사고 예방을 위한 도로와 통신 인프라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고 기술개발에 정진하고 있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자율주행차 개발과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를 위한 네거티브 규제 도입,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범운행지구 확대, 자율주행 관련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지원, 기술거래 활성화 등 자율주행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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