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팬 퍼스트’ 앞세운 허구연, 구원투수 될 수 있을까

입력 2022-04-0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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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22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가 열린 지난 3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각 구단 대표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지난 2일 KBO가 개막했으나 시작부터 흥행에 실패하며 ‘한국야구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새로 취임한 허구연 KBO 총재가 ‘팬 퍼스트’를 앞세우며 위기 극복을 외치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일과 3일 개막 2연전에서 5개 구장에 동원된 관중은 총 10만9607명이다. 개막시리즈 양일에서 매진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 시즌 우승팀인 Kt 위즈가 토요일 삼성전에서 1만6271명으로 최다 관중 수를 기록했다.

공식 개막전이 열린 창원NC파크는 첫날 관중 8562명에 그쳤다. 총 관중석 1만7861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날 경기 시포에 나섰던 허구연 KBO 총재는 “생각보다 관중이 적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개막전은 포스트시즌, 올스타전과 함께 티켓 파워가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경기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하지 못했던 관중석 100% 개방과 장내 취식 허용 등이 가능해져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KBO는 이번 시즌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 복귀한 해외파 선수와 함께 야시엘 푸이그(키움 히어로즈), 이반 노바(SSG 랜더스) 등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용병들의 합류, 김도영(KIA타이거즈), 송찬의(LG 트윈스) 등 유망주들의 등장으로 다양한 흥행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들이 흥행을 견인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프로야구에 관중 동원력 부진의 이유로 2년여간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있다. 무관중 경기나 관중 입장 제한 등으로 인해 직접 관람하는 관중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또한, 개막하지 얼마 되지 않은 4월이 지난 후 나들이객이 많아지는 5~6월 관중 반등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다수 야구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 당시 한국 야구대표팀 모습
근본적인 문제는 야구에 관한 관심 자체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3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프로야구에 관심이 없다는 답변은 67%에 달했다. 그중 관심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44%, ‘별로 없다’는 답변은 23%였다. 관심이 있다는 답변은 31%로 2014년의 48%와 크게 비교된다.

20대(18~29세)가 야구에 관심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관심이 ‘전혀 없다’는 답변은 70%에 육박했다.

한국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선전 등으로 신규 팬층 유입을 늘렸던 과거와 달리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조차 따내지 못하는 등 최근 국제 대회 부진으로 새로운 팬층을 유치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일부 선수들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등 일탈 행위로 물의를 일으켰다. 프로야구 대회 운영도 논란에 휩싸이는 등 기존 팬들의 이탈도 가속화됐다.

10년 넘게 야구를 봐온 야구팬 A 씨는 “지난 해 방역수칙 위반 사건 이후로 KBO에 관심이 끊겼다”며 “MLB는 사회적 물의에 관대하지 않은 데다 경기력도 더 좋아 그쪽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강정호(키움) 복귀 건은 최악이라고 본다”고 했다. 음주운전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던 강정호는 지난 3월 키움 히어로즈와 입단 계약을 맺어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또 다른 야구팬 B 씨는 “직접 야구 경기를 보러가면 재미있으나 집에서 보기에는 넷플릭스 같은 OTT 콘텐츠나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리그에 밀리는 것 같다”며 “팬들의 직관을 유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가 3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O 측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제24대 KBO 총재로 취임한 허구연은 KBO 최초 야구인 출신 총재다. 선수와 지도자, 해설위원을 걸쳐 KBO 총재 자리에 오른 그는 이전부터 한국야구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3월 25일 구단주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총재로 선출된 허 총재는 자신을 ‘9회 말 1사 만루에 등판한 구원 투수’라고 칭하며 KBO 위기론을 실감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허 총재는 28일 서면 취임사에서 “‘4불(음주운전, 승부조작, 성범죄, 약물복용)’을 금지사항으로 지켜주길 바란다”며 ‘일탈 행위 금지’를 당부했다.

또한, ‘팬 퍼스트’를 강조하며 “야구 인기 회복이라는 반전을 노리겠다”고 천명했다. 허 총재는 “시즌 중 야구장 관중석에서 팬들과 경기를 같이 보며 이것저것 물어보겠다”며 “한국시리즈 시상식도 팬 위주로 확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젊은 세대의 야구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총재 산하 MZ세대위원회(가칭)도 4월 중 발족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허 총재의 행보에 야구팬들은 반가워하는 눈치다. 야구팬 C 씨는 “허구연이 KBO 총재로 선출된 것은 호재라고 본다”며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어떻게든 늘리려고 하고, 사회적 물의에 대해 엄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대가 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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