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지명...역대 정부 첫 총리로 알아본 새 정부 키워드

입력 2022-04-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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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로 한덕수(73) 전 국무총리를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후보자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분”이라며 총리 후보를 발표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새 정부는 대내외 엄중한 환경 속에서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경제안보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며 총리 인선 배경을 밝혔다. 이어 한 후보자를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경제, 통상, 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은 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윤석열 “한덕수, 경제안보 시대의 적임자”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지명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제안보 시대의 적임자’라는 윤 당선인의 설명처럼, 오랜 기간 관료의 길을 걸어온 한 후보자는 여러 정권을 거치며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전라북도 전주 출신의 한 후보자는 행정고시 8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11대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통령 경제수석을,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을 거쳐 국무총리까지 거친 베테랑이다. 이처럼 진보 정권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성공시킨 공로로 주미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 모두에서 활약한 사실은 한 후보자의 큰 강점이다.

이밖에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통상과 외교 관련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한 후보자가 다시 총리를 맡게 된다면 고(故) 장면·백두진·김종필 전 총리, 고건 전 총리에 이어 5번째로 2번 총리를 역임한 인물이 된다.

윤 당선인은 이번 주 중 총리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총리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당선인 측은 호남 출신이자 진보 정권에서 경력을 쌓은 한 후보자의 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경제와 지정학적 여건이 매우 엄중한 때 (총리로 지명돼) 영광스러우면서도 매우 무겁고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심경을 밝혔다.

‘통합’부터 ‘상징성’까지...역대 초대 총리 인선의 배경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총리가 2017년 당시 전남도지사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 후보자의 총리 지명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선 정부에서의 초대 총리 인선 배경을 살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선 가장 최근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를 사려보겠다.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맡아 최장수 국무총리 기록을 세웠다. 전라남도 영광 출신인 이 전 총리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호남 출신 총리’임과 동시에 여당과의 협치를 위한 온건파 비문계로 분류돼 전체적으로 ‘통합형’ 총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한 때 손학규계로 분류될 정도로 국민의당 인사들과의 관계도 돈독하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는 검사 출신의 정홍원 전 총리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부동산 투기와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등으로 낙마했다. 이후 다시 한 번 법조인 출신인 정 전 총리를 후보로 지명하며 ‘법치 실현’을 자신의 국정 철학으로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국제 감각’을 중시해 총리를 지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승수 당시 유엔(UN) 기후변화특사를 첫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정치·경제·외교 능력을 갖춘 한 전 총리를 후보로 내세운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유엔 특사 외에도 노태우 정부에서 상공부 장관을,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경제 실무 감각을 익히기도 했다. 기업가 출신으로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만큼, 적절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개혁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정’을 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초대 총리로 고건 전 총리를 다시 지명했는데, 그는 박정희 정부부터 김영삼 정부까지 오랫동안 요직을 두루 거치며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개혁 색채가 강한 노 전 대통령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랜 기간 여러 정부에서 중용된 안정적인 상징을 총리로 지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에게 없는 ‘경험’과 민주당과의 ‘협치’ 중시한 인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한 후보자의 총리 지명 배경에는 윤 당선인이 강조·보완하고 싶은 키워드가 강조됐다고 풀이된다. 우선 한 후보자의 경력이다. 윤 당선인은 직접 한 후보자의 경륜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오랫동안 법조인 생활을 한 ‘정치 신인’ 윤 당선인에게 부족한 국정 운영 경험과 경륜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미 총리직을 맡아봤다는 점에서 정치 신인 대통령이 겪을 수 있는 혼란을 덜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호남 출신 인사를 통해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과의 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의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한 만큼, 야당과 각을 세우는 인사는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4일 한 후보자의 검증과 관련, “무조건 발목잡기, 흠집내기는 안 하겠다”면서도 “다만 엄중한 대내외 환경에서 내각을 총괄하는 전문성이 있는지,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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