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8인치 파운드리 시대…전문가들 “비용 낮고 수익성 높아 호황 지속”

입력 2022-04-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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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 부족 등에 8인치 수요↑
전장ㆍIoT 등 4차 산업 혁명도 영향
전문가 “8인치로도 충분…호황 지속”
SK하이닉스,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

▲SK하이닉스 M15 청주 공장 전경. 이곳에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위치해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반도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8인치(200㎜) 웨이퍼를 주력으로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레거시’(유산)로 여겨지던 8인치 반도체 웨이퍼가 반도체 공급난에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8인치 호황 추세가 일시적이 아니라 계속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8인치 반도체 웨이퍼가 다시 떠오른 것은 이미지·온도·지문 등을 감지하는 센서들이 전 산업에 걸쳐 도입되는 데다 △웨어러블 기기 △사물 인터넷(IoT) △자동차의 전장화 등으로 8인치 파운드리 생산 제품의 수요 급증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한다. 또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겹치면서 기존 기업들에 주문량이 밀려든 것도 한 원인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8인치 웨이퍼에서 12인치 웨이퍼로 옮겨가고 있어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8인치 파운드리 생산 제품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고 성숙 제품의 쇠퇴 가능성 등도 그 이유다. 8인치 웨이퍼 팹(공장)은 비교적 오래된 생산설비로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 반도체(PMIC),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등 성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오히려 8인치 호황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4일 “비용이 싼 8인치로 커버할 수 있는 60나노급 이상 제품군을 12인치(300㎜)에서 하기에는 비용이 비싸 8인치 호황은 지속될 전망이다”며 “4차 산업 혁명 도래로 8인치 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커짐에 따라 8인치 파운드리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8인치 파운드리 출하량이 가장 많은 대만 TSMC는 지난해 8인치 파운드리 가격을 15% 올린 데 이어 올해 3분기부터 기존 대비 10~20% 추가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과거에는 8인치에서 시설 투자비가 비싸지만 수익성이 높은 12인치로 넘어가는 추세였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12인치가 아닌 8인치에서 생산해도 충분한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이에 따라 이윤이 남기 시작하면서 8인치 파운드리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씬필름(Thinfilm) 기술담당이 웨이퍼에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SK하이닉스)

업계도 호황 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구형’으로 여겨지던 8인치 파운드리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지난해 매출은 7000억 원, 순이익은 전년 대비 111.7% 급증해 1976억 원을 기록했다. 또 올해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중국 우시 공장으로의 이설 작업이 완료되면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추진한 키파운드리의 인수계약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하면서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 능력은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8인치 웨이퍼 주력의 전 세계 파운드리 10위 업체인 DB하이텍 또한 지난해 1152억 원을 투자하면서 생산 능력을 보완·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웨이퍼 기준 생산 실적은 전년보다 5.7% 증가한 153만6433장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12인치와 8인치의 영역과 역할은 다른 것으로 보고 반도체 공급 문제 등이 해결되더라도 8인치 시장은 지속될 것”며 “특히 8인치 파운드리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쓸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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