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우크라이나에서는 만우절이 휴일?”…‘만우절’ 어디까지 알고 있니

입력 2022-04-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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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기념하는 만우절은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것이 허용되는 날이다.

만우절, 언제부터 시작됐나…'역법 변화설' 등 의견 다양

만우절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설로는 ‘역법 변화설’이 꼽힌다. 본래 새해 첫날이 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 광범위했으나 1564년 프랑스 왕 샤를 9세가 달력 계산법을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면서 새해의 시작이 1월 1일이 됐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4월 1일에 그대로 새해를 축하하는 사람들을 에이프릴 풀(April Fool)이라 놀리면서부터 시작됐다는 설이다.

10세기경 영국의 존 왕을 놀리기 위해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영국의 ‘고담’이라는 고을 사람들이 존 왕 행차를 막기 위해 나무로 길을 막은 뒤, 존 왕이 이를 처벌하려 하자 바보 연기를 해서 화를 피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인도에서 기원했다는 설도 있다. 춘분부터 3월 31일까지 불교의 설법이 진행되는 중 수행 기간이 끝나는 31일을 ‘야유절’이라 하여 타인에게 장난을 치거나 헛심부름을 시키는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과거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도 비슷하게 첫눈이 오는 날 남을 속이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만우절에 관한 가장 초기 언급은 15세기 제프리 초서가 쓴 ‘수녀와 수도사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잉글랜드 왕과 보헤미아 공주의 약혼식이 ‘3월이 지난 32일’, 즉 5월 2일에 하기로 선포했으나 4월 1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대목이다.

1686년 영국 작가 존 오브리는 이날을 ‘바보의 성일(Fool’s holy day)’이라 부르기도 했다.

▲(뉴시스) 2009년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만우절 기념 축제 휴모리나(Humorina) 모습

휴일로 정한 나라도 있어…우크리나서 '휴모리나'로 성대히 기념

대부분 국가에서 만우절은 실제 그날의 유머 이상으로 큰 의미가 없다. 공휴일로 지내는 곳도 거의 없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 침략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도시 오데사에서는 도시만의 공식 공휴일로, ‘휴모리나(Humorina)’라는 유머 축제를 열어 만우절을 성대히 기념해왔다.

휴모리나는 1972년 당시 소련 정부가 코미디 오디션 TV 프로그램 방영을 중단시키자 오데사 지역 코미디 팀이 이에 항거하는 의미로 기획하며 시작됐다. 이날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거나 분장을 하며 흥겨운 거리 분위기를 자아내고 코미디 공연들이 이어진다.

▲(커뮤니티 캡처)

기업, 만우절 홍보 효과 '톡톡'

기업들은 만우절을 이용해 홍보 효과를 누리곤 한다.

1998년 버거킹은 ‘왼손잡이용 와퍼’를 출시한다는 광고를 게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다음 날 버거킹은 또 다른 거짓 보도자료를 통해 왼손잡이용 햄버거 주문이 폭주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2011년 만우절에는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 통신사인 KT와 SK텔레콤이 공식 SNS에서 서로 로고를 바꾸는 깜짝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멀티플렉스 극장 CGV는 과거 공식 애플리케이션에서 상영 영화 포스터들을 고전 영화풍으로 바꿔 놓는다거나, 외국인인 척하면 할인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만우절 행사를 통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사진제공=쿠캣)
식품업계도 만우절 기획 상품을 내며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팔도는 2015년 만우절 공식 블로그를 통해 ‘비빔면 한 개 반 봉지’가 출시된다는 게시물을 올린 뒤 소비자 반응이 좋자 이듬해 용량을 20% 늘린 ‘팔도비빔면 1.2’를 한정 출시했다.

올해 파리바게뜨는 페이크푸드 베이커리 4종을 출시했다. 또한, 카스테라를 수세미로 구현한 페이크 굿즈도 준비했다. 오리온은 만우절 기념으로 한정판 신제품 비틀즈 블랙레몬을 선보였다.

가정간편식 전문 푸드몰 쿠캣은 지난 22일 수세미 모양을 본뜬 ‘쿠캣 쑥설기 떡’을 출시했다. 이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관심을 끌며 출시 5일 만에 초도 물량이 모두 팔렸다.

수제 맥주 스타트업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흑맥주에 반대되는 ‘하얀 맥주’를 선보였다. 이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서 직접 제조한 막걸리로, 맥주와 막걸리가 모두 곡식을 발효시켜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지나친 장난은 '금물'…'사명 변경' 농담에 주가조작 의혹도

그러나 지나친 만우절 장난으로 논란에 휩싸인 사례도 있다. 지난해 3월 29일경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 미국 지사는 북미 브랜드명을 폭스바겐(Volkswagen)에서 볼츠바겐(Voltswagen)으로 변경하겠다는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잠시 게시한 뒤 삭제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자료가 기사화되자 폭스바겐 측은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폭스바겐 미국지사 측 발표에 투자자들은 폭스바겐이 사명까지 바꾸며 전기차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투자에 나섰다. 이 때문에 독일 증시에서 주가 4.7%가량 올랐고, 뉴욕 증시는 한때 12%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이는 만우절 장난이었다. 폭스바겐 독일 본사 측은 “개명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가 조작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을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만우절 장난 전화도 매년 문제시되고 있다. 과거 경찰 발표에 따르면 만우절 장난 전화·허위신고는 2013년에만 31건, 2018년까지 꾸준히 나왔다. 현재 경찰은 질 나쁜 허위신고는 단 한 차례라도 처벌하고, 가벼운 내용이라도 상습성이 인정되면 처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장난 전화를 처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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