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급등에 경기 비관, 스태그플레이션 대응 시급

입력 2022-03-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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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7년 11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도 크게 높아졌다. 반면 현재 경기판단과 향후 경기전망은 매우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후퇴 국면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서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9%로 지난달보다 0.2%포인트(p) 올라 2014년 4월(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품목(중복응답)으로 석유류제품(83.7%), 농축수산물(32.6%), 공공요금(31.5%) 등이 꼽혔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유가와 에너지값, 밀 등 곡물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04로 2월(97)보다 7p나 상승했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다는 의미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작년 8월 129에서 9월(128)부터 2월(97)까지 6개월 연속 하락 추세를 이어오다가 3월에 다시 높아졌다. 차기 윤석열 정부에서 부동산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2로 전월(103.1)보다 0.1p 반등하면서 소폭 개선됐다.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인데,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재경기판단과 향후경기전망은 각각 2월의 75, 91에서 이달 71, 87로 4p씩 떨어졌다. 장기평균(2003∼2021년)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물가가 계속 오를 공산이 크지만 경기가 살아날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서민 가계를 팍팍하게 만들고, 저소득 취약계층에 더 큰 충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전망했다. 이 수치도 낙관적이다. 물가는 작년 10월 3.2%(전년동월 대비) 이후 올해 2월 3.7%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내놓은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3.1%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스태그플레이션의 리스크를 경고하면서 경기침체 위험이 구체화할 경우 과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물가 급등에 대외 불확실성의 요인이 크고 대응수단은 마땅치 않은 현실이 가장 큰 문제다. 정부는 비상한 위기감으로 가계 부담을 줄여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기를 방어하기 위한 특단의 실효적 대책을 강구해 스태그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권교체기에 정부의 더 큰 책임감이 요구된다.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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